[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자금이 몰리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 이후 상장을 통한 회수보다는 인수·합병(M&A)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이 일부 기업에 집중되면서 거래 건수는 오히려 줄었고, 서비스 단 AI 기업을 중심으로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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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벤처캐피털(VC) 투자금 3668억달러(약 513조5000억원) 가운데 AI 스타트업으로 유입된 자금은 1927억달러(약 269조8000억원)로 전체의 52.5%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VC 투자 딜 건수는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투자금은 늘었지만 거래는 줄어든 것이다.
투자금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중·소형 AI 스타트업의 성장 경로도 달라지고 있다. 추가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기업들은 장기간 상장을 준비하기보다, 기술·인력·고객을 묶어 전략적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출구를 앞당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서비스 AI 기업의 경우 자체 모델 개발이나 대규모 컴퓨팅 투자 없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기업들의 AI 전략 변화 역시 영향을 미쳤다. AI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내부 연구개발(R&D)을 통해 역량을 축적하기보다, 이미 기술과 인력을 갖춘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에이전트 등 차세대 AI 영역에서는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사업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M&A를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 자율주행 기술 기업 모바일아이는 이달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멘티 로보틱스를 약 9억달러(약 1조26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멘티는 최근 2100만달러(약 294억원)를 조달한 신생 기업으로, 모바일아이는 이번 인수를 통해 자율주행에서 축적한 인지·판단 기술을 물리적 AI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기간에 바뀌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AI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서비스 단 기업이 독립 성장만으로 상장까지 가기에는 부담이 커졌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도 불확실한 장기 연구개발보다 검증된 기술과 인력을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는 M&A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AI 스타트업의 회수 시장에서는 IPO보다 전략적 매각이나 흡수 합병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