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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도 복고 바람…'라이트' 떼고 '88리턴즈' 재탄생 사연은

김범준 기자I 2021.03.26 11:24:46

''국민 담배'' 88라이트 단종 10년 만 재출시
맛·디자인 요소 살리고, 타르·니코틴 함량↓
규제로 ''라이트'' 글자 떼고 ''88'' 브랜드 계승
반응 좋으면 뉴트로風 담배 출시 이어질 듯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담배에도 ‘복고’(復古)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식품·유통가를 중심으로 옛 브랜드와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재출시하는 ‘뉴트로’(New+Retro·신복고)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다.

25일 KT&G는 ‘88 리턴즈(88 Returns)’를 오는 29일부터 전국 편의점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0년대 ‘국민 담배’로 인기를 끌었다가 단종한 제품 ‘88라이트’를 10년만에 부활시키는 것이다.

뉴트로(Newtro) 콘셉트를 적용한 ‘88 리턴즈(88 Returns)’.(사진=KT&G 제공)
88라이트는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1987년 처음 출시한 국산 중저가 담배다. 브랜드명 ‘88’은 대국민 공모와 심사를 거쳐 탄생했다.

성분 함량은 타르 8.5mg와 니코틴 0.9mg으로, 당시 니코틴 함량이 높은 담배들이 많던 시절 상대적으로 가벼운 함량으로 출시했다고 해서 ‘88’ 브랜드명 뒤에 ‘라이트’ 글자가 붙어 제품명은 ‘88라이트’가 됐다.

88라이트는 출시 이후 1988년부터 1995년까지 8년 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담배로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면서 ‘국민 담배’라는 별칭도 얻었다.

지금은 단종한 옛 ‘88라이트’ 제품 모습.(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88라이트는 2000년대 들어 후속작 ‘디스’와 ‘디스플러스’ 등에 인기가 밀리고 수입산 담배들의 시장 진출도 빠르게 늘면서 결국 2011년 단종했다. 담배 브랜드들과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저(低)타르·저니코틴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다.

단종 당시 국내 평균 담배 가격이 2500원일 때, 88라이트는 1900원으로 서민들 사이에서 저렴한 중저가 담배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옛 88라이트가 신제품 88리턴즈로 재탄생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요즘 상황에 맞춰 몇 가지 변화를 꾀했다.

우선 88리턴즈는 옛 88 브랜드 정체성(BI)을 살려 제품을 고유의 특성인 담배 본연의 맛을 재현했다. 과거 88라이트를 애연하던 중장년 소비자들에게는 옛 향수의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제품 패키지 디자인도 뉴트로 콘셉트를 적용해 옛날과 같지만 다른 모습으로 나왔다. 색상은 기존 88라이트의 상징인 ‘하늘색’으로 같게 했고, 당시 심볼이었던 국보 1호 ‘숭례문’을 삽화로 담았다.

하지만 말랑했던 옛 소프트 케이스 대신 요즘 스타일의 ‘하드 케이스’를 적용했다. 고급감과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제품 가격도 올렸다. 옛 88라이트는 평균 담배 가격보다 낮은 중저가 담배로 서민층을 공략했다면, 88리턴즈는 현재 평균 담배 가격과 같은 4500원으로 책정해 보편성을 확대했다.

KT&G 신제품 ‘88 리턴즈’ 출시를 앞두고 담배 매대를 복고풍으로 꾸민 편의점 모습.(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88리턴즈의 타르와 니코틴 함량도 요즘 저함량 트렌드에 맞춰 각각 3mg와 0.3mg으로 내놨다. 옛 88라이트가 타르 8.5mg와 니코틴 0.9mg이었던 것에 비해 대폭 낮춘 수준이다.

또 한가지 달라진 점은 제품명에 ‘라이트’ 글자를 뗀 것이다. 옛 인기 제품을 추억해 제품명을 그대로 이어온다면 ‘88라이트 리턴즈’가 될 법도 했다. 하지만 KT&G는 ‘88’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승계한다는 의미로 ‘라이트’ 없이 ‘88 리턴즈’로 명명했다.

88라이트 명칭을 그대로 살릴 수 없었던 배경에는 예전과 달라진 담배 관련 규제 탓도 있다.

국내에서 지난 2011년 가향물질 표시를 제한한 데 이어, 2014년에는 개정 담배사업법에 따라 제품명과 케이스 등에 라이트(Light), 연한 또는 마일드(Mild), 저타르(Low tar), 순(純) 등 소비자가 오인할 만한 단어와 문구 사용이 금지됐다.

청소년과 일반 소비자에게 ‘이 담배는 덜 해롭다’ 혹은 ‘순하다’ 등의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담배 브랜드에 마일드, 라이트, 순 등의 글자가 붙은 제품은 시중에 없다.

KT&G는 이번 88리턴즈 출시 후 소비자 반응에 따라 다른 뉴트로 콘셉트 담배들도 추가 출시를 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KT&G 관계자는 “많은 사랑을 받은 88 브랜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88리턴즈를 선보인다”며 “본격 출시 후 시장 반응을 지속 모니터링해 뉴트로 담배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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