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AMD, 경쟁사 자일링스 40조원에 인수…인텔 추격 나선다

방성훈 기자I 2020.10.28 10:23:40

AMD, 자일링스와 350억달러 인수 합의
사업영역 확대·재무구조 개선 등 기대감↑
낸드플래시 매각 인텔과 대비…정면승부 가능성도
활발해진 반도체 업계 M&A에 훈풍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어드밴스트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가 경쟁사인 자일링스를 350억달러(한화 약 40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활발한 인수·합병(M&A)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해진 소식이어서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MD는 이날 자일링스와 전액 주식교환 방식으로 양사를 합병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자일링스 주주들은 자일링스 주식 1주당 1.7234주의 AMD 주식을 받는 방식이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합병 기업의 CEO를 맡게 되며, 빅터 펭 자일링스 CEO는 자일링스 사업과 전략 성장을 총괄할 예정이다. 다만 합병이 마무리 되려면 미국을 비롯한 각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AMD는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 반도체 등을 생산한다. 자일링스는 재프로그램이 가능한 특수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다. 자일링스의 제품은 주로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나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등에 쓰인다.

이에 따라 합병이 마무리되면 제품군과 시장 영역을 넓힐 수 있고 재무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AMD는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 에릭슨 등 5G 통신장비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들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이미 자일링스가 이들 기업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사 수 AMD CEO는 “이전에는 접근하지 못했던 새로운 50억달러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미래에 시장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볼 때 규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무구조 개선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순이익마진율은 물론 매출, 현금흐름 모두 개선될 것으로 AMD는 보고 있다. 향후 수년 내 연간 매출 증가율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달성은 물론, 1년 반 안에 3억달러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AMD는 예상했다.

AMD의 합병 소식은 최대 경쟁업체인 인텔이 고군분투하는 사이에 전해진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아직은 인텔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AMD 입장에선 이번 합병을 계기로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AMD는 10년전 낡은 자체 생산시설을 모두 폐쇄하고 대만 TSMC에 주문생산하는 체제로 전환해 경쟁력을 높였다. 덕분에 AMD는 이미 7나노 공정 적용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5나노 기반 CPU 출시도 앞두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PC 수요가 급증해 매출이 크게 늘었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MS) X박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 AMD 반도체를 사용하는 게임콘솔 판매가 급증한 것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에 따라 AMD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80% 가까이 폭등했다. 이번 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도 이러한 배경 덕분이다.

반면 인텔은 앞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차세대 7나노 반도체 출시를 2022년으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7나노 반도체 출시는 입지를 확고히 할 히든카드로 여겨졌지만, 출시 지연으로 사실상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평이다. 인텔은 지난 2009년 스마트폰 등장 이후 모바일 칩 사업 부문에서 퀄컴에게 1위를 내줬고, PC·노트북, 서버,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TSMC와 AMD 등 경쟁사들에게 점유율중 상당 부분을 내주는 등 1위 자리를 위협받아 왔다. 또 최근에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부문을 SK하이닉스에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양사의 대조적인 행보는 올해 3분기 실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AMD는 올해 3분기 매출액 28억100만달러, 영업이익 1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대비 56%, 58% 증가한 것이다. 인텔은 매출액 183억달러, 영업이익 5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4%, 22% 감소했다.

한편 이번 합병은 이번 합병은 반도체 업체들 간 최대 규모의 M&A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아울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반도체 업체들 간 M&A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고 WSJ는 평했다.

최근 인텔과 SK하이닌스 간 거래 외에도 지난달 그래픽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홀딩스를 40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앞서 지난 7월에는 아날로그 디바이시스가 맥심 인티그레이티드 프로덕츠를 200억달러에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