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눈에 띄게 줄었지만…집단발병엔 `속수무책`

함정선 기자I 2020.03.08 18:41:59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신천지 사태 이후 첫 300명대
TK서 신천지 검사 마무리…감소 추세 이어질 전망
병원과 스포츠 시설 등 방역당국 예상 못한 집단발병 '복병
사회복지시설 집단발병은 사망자 증가로 이어져 '우려'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신규 확진자 숫자로만 보면 국내 코로나19 확산세는 분명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구와 경북에서 대규모 집단 발생을 만들어낸 신천지 예수교 신도와 관련된 확진자 수는 감소를 나타내고 있지만, 각 지역에서 크고 작은 집단 발병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언제 어디서 또다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신규 확진자 수 300명대…‘숫자’로는 감소 추세

8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7313명이다. 7일 하루 확진 환자는 367명이 늘어났다. 이는 신천지 예수교로 인한 대규모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10일 만에 처음으로 300명대 신규 환자를 기록한 것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수는 2월 말 909명까지 치솟았다가 감소 추세를 이어왔으나 그 숫자가 300명을 기록한 적은 없었다.

이날 오후 역시 신규 확진자 수 역시 100명대로 내려왔다. 0시 대비 확진자수는 3일 374명, 4일 293명, 5일 322명, 6일 309명, 7일 274명에서 이날 179명에 그쳤다.

신규 확진자 수가 이처럼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은 대구와 경북에서 신천지 예수교 신도 1만명에 대한 진단검사가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서 아직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지 않은 신도는 900명에 불과하다. 다음 주쯤이면 이들 900명에 대한 검사도 마무리될 예정이다. 대부분 무증상 신도이기 때문에 확진자 수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전까지 대구에서 신천지 신도들의 양성률은 40%에 이르렀지만, 최근 15%대로 하락했다.

◇당국 예상 못한 집단발병 이어져…병원, 운동 모임 등

대구에서 확산세는 진정됐지만, 문제는 집단발병이다. 방역당국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집단 발병이 이어지고 있어 발생 이후에야 후속 조치에 나서는 상황이다.

경기도 성남 소재 분당제생병원에서는 13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다. 보건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원 내 전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분당제생병원은 일반인들이 코로나19 감염 걱정 없이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곳이라 우려가 더 크다.

천안의 줌바댄스 관련 집단 발병은 천안을 넘어 세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세종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직원이 줌바댄스 강의에 참석하며 확진 판정을 받아 논란이 됐다. 줌바댄스 관련 전파가 시작된 것으로 예상되는 2월19일 천안 워크숍에는 총 29명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현재 보건당국이 참석자에 대한 추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이미 1명의 강사가 양성판정을 받아 또다른 집단감염 우려도 있다.

대구의 한마음 아파트 주민의 60명 이상 집단 발병은 비슷한 집단발병이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당국이 이같은 집단발병을 예방하기 위해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당국이 확인했을 때는 이미 집단 발병이 시작된 후이기 때문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각 지자체와 해당 시설 등이 협조해 예방대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마했다.

◇감염 취약층 시설 집단발병도 지속…시설 ‘코호트’ 추진

경북에서는 감염 취약계층인 노인, 장애인들이 함께 머무는 시설을 중심으로 잇따라 집단발병이 지속되고 있어 지자체가 초강수를 두고 나섰다. 이들 시설의 집단발병이 곧 사망자 증가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경북 봉화 푸른요양원에서는 입소자의 절반에 가까운 51명이 무더기 감염된 데 이어 사망자가 나왔다. 입소자 대부분이 고령에 기저질환까지 있어 추가 사망자 발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경북는 사회복지시설 573개소를 예방적 차원에서 코호트 격리하기로 결정했다. 9일부터 22일까지 2주간 의료진을 제외한 모든 인원의 접근을 금지한다. 특히 경북은 이같은 코호트 격리를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강제하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경북 외 지역에서도 노인, 장애인 등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선제적인 코호트 격리를 추천하고 있다.

다만 코호트 격리 역시 집단발병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100명이 넘는 확진자와 9명의 사망자를 낸 청도 대남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청도군립노인요양병원’에서는 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 요양병원은 대남병원 집단발생 이후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중이었던 상황으로 감염원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천지 신도뿐만 아니라 집단발병 추세까지 잠잠해져야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 제1차장은 “대구와 경북을 넘어 코로나19가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은 아직 없다”며 “그러나 확산 추이가 다소 진정되는 초기에 불과하며 아직 확산세가 꺾였다거나 상황이 호전됐다고 말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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