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2일 올해 신년사를 통해 공통적으로 밝힌 경영화두다. 그룹마다 주요 사업이나 업종은 서로 다르지만 오너들의 고민은 비슷비슷했다.
특히 그룹 총수마다 이날 미래 먹거리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신성장동력 발굴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룹 오너들 모두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사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으로 신사업 개척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신사업 개척은 기존 사업의 융·복합화를 통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회장단·사장단·임원진 1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하례식을 가졌다. 이 회장은 이날 영상으로 신년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핵심 사업은 누고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합화·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바탕으로 지난해 최고 실적을 기록했지만 신사업 개척에 있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경영진들을 다시 한번 독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신년사를 통해 이 회장은 신사업 개척에 대한 방법론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신사업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방식이 아닌 기존 삼성이 가지고 있는 기술의 컨버전스를 통해 구현하라는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시무식을 갖고 올해 신년사를 발표했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사업구조와 중장기 성장 전략을 더욱 체계화하고, 보다 혁신적인 제품과 선행기술 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친환경 그린카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스마트카 같은 혁신기술 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필요한 연구인력 확보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이날 서울 광장동 W 호텔에서 신년사를 대신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밤낮을 안 가리고 열정을 바쳤던 최 회장의 경영공백은 그 아픔이 더하다”며 감회를 나타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날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경영진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새해 경영화두를 언급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신사업들은 일등을 하겠다는 목표로 철저하게 용기있게 키워 나가야 한다”며 “신규 사업 대부분이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로 성공하기 어려우며, 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한발 앞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천기술이나 핵심 부품 또는 융·복합 역량이 중요한 사업이 있고 특정 인재나 주요 고객사의 선점이 핵심인 사업이 있다”며 “이를 사업책임자들이 반드시 책임지고 최고 수준으로 확보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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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오너들마다 이날 신년사를 통해 기존의 구태의연한 조직문화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기업환경에 적합한 기업문화 및 제도를 일궈나가자고 경영진들을 다독거렸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걸맞는 조직혁신이 없이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경영화두로 풀이된다.
이건희 회장은 “5년전, 10년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리자”며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은 사고방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 내자”고 경영진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사업구조의 혁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기술혁신, 글로벌 경영체제를 완성하는 시스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몽구 회장은 이날 “글로벌화 되어 있는 사업장과 관리체계를 혁신하여 조직의 효율과 역동성을 확보함으로써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근 의장은 “‘따로 또 같이 3.0’ 체제아래서 각 관계사와 위원회가 자율책임과 집단 지성의 시너지를 통해 SK그룹의 경영방향인 기업가치 300조원을 달성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구본무 회장은 “고객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끝까지 집요하게 실행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반성장은 시대적 과제다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협력업체들과의 동반성장 및 사회공헌도 그룹 총수들이 신년사를 통해 공통적으로 강조한 대목이다.
이 회장은 이날 “협력회사는 우리의 소중한 동반자”라며 “모든 협력회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도와야 한다”고 경영진들에게 지시했다. 이어 “삼성의 사업장은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며 “따뜻한 사회, 행복한 미래의 디딤돌이 될 사회공헌과 자원봉사를 더 늘려나가자”고 격려했다.
정 회장도 “협력사와 동반성장 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소외된 계층을 보살피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앞장서자”고 임원들에게 당부했다. 김 의장은 “사회와 함께하는 행복경영을 적극 실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구 회장은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호흡하는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하자”며 “잠재력 있는 협력회사와 힘을 모아 창조경제의 틀을 갖추는 데에도 앞장 서 나가자”고 임원들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