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프로골프협회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윤석민 기자I 2012.07.10 13:21:31
[이데일리 스타in 윤석민 기자] “내 집에도 못 들어가게 하는 무식한 놈들이 어딨어?” “일하러 온 사람도 못 들어가게 하면 어떻게 하냐?” “안됩니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시니어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윤수(63) 프로는 협회 입구를 막아선 건장한 청년들에게 제지를 당하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장탄식을 내뱉었다.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서는 협회 안으로 진입하려는 성난 회원들과 이를 막아선 용역회사 직원 수십 명이 대치하는 믿기 힘든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회원들은 적법 절차 없이 회사 돈 31억4500만원을 빼내 협회 회관 건물 매입 계약을 체결한 김학서 부회장 등 현 집행부의 전횡을 저지하기 위해 협회로 모여들었다. 용역 직원들이 입구를 봉쇄하는 사이, 안에서는 집행부가 이사회를 열고 정족수도 차지 않은 상태에서 협회 회관 건립 건을 사후 승인했다.

이날 오후 협회에서는 분당에 있는 150억원 짜리 건물 매입으로 오랜 숙원사업을 해결했다며 감격스러운 뉘앙스의 보도자료까지 배포했지만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절차상의 문제도 있지만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협회 회관 매입을 서두르는 것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게다가 해당 건물이 미분양 상태라 매입가가 부풀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리베이트 의혹까지 불거져 나왔다. 프로들이 모인 곳에서 일 처리는 아마추어 수준 이하로 진행된 것이다.

불법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는 대의원 151명의 위임장을 협회 직원들에게 대필시켜 정족수를 채우고 정관을 개정한 것이 한 직원의 양심선언으로 들통 나 김 부회장과 김창헌 전무 등이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당한 바 있다.

보다 못한 전윤철 KPGA 회장은 취임 3개월을 못 넘기고 결국 지난 4일 회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전 회장은 “협회가 내분에 싸여 더 이상은 맡기가 어려워졌다”며 보좌관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같은 한국프로골프협회의 파행은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정신은 간데 없고 ‘잿밥’에 몰두하고 있는 형국이다. ‘골프는 신사들의 스포츠’란 말이 무색하다.

해결 방법은 명확하다. 한 회원은 “현재 집행부가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일 뿐이다. 반대파를 주도하고 있는 전임 집행부 인사들 또한 분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로서는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협회를 직접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아니면 KPGA가 대한골프협회로 귀속되거나 초창기 여자 골프가 남자 협회 산하에 있었듯이 반대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 위탁 경영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란게 중론이다.

골프는 에티켓을 중시하고 심판 없이 개인의 양심에 따라 경기를 진행하는 유일한 스포츠다. 골프의 근본정신을 지킬 자신이 없다면 더이상은 골프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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