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반기 외평채 추가 발행 안할 듯

김기성 기자I 2009.08.19 14:23:10

하반기 최대 30억불 외평채 발행 계획 철회 `검토`
외환시장 불안 해소..외평채 발행 필요성 낮아져
환율하락 압력 `고민`..내년 외평채 한도 20억불로 축소

[이데일리 김기성기자] 정부가 하반기중 계획했던 최대 30억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이 지난 4월 이후 안정세로 돌아선데다 은행권 스스로의 달러 채권 발행이 잇따르고 있어 정부가 굳이 직접 나서 달러를 빌려올 필요성이 사실상 없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로선 올해 3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경상수지 흑자와 급증하는 외국인 주식자금 등 과도한 단기 달러 유입으로 인해 환율의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게 고민거리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하반기중 최대 30억달러까지 가능한 외평채 발행을 당초 계획과는 달리 진행하지 않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작년말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국제금융시장의 극심한 신용경색이 해빙무드로 급속히 전환하면서 외평채 발행 및 역할의 필요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정부는 외화유동성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4월 5년 만기와 10년 만기 달러표시 외평채 15억달러씩 총 30억달러 어치를 발행한 바 있다. 올해 외평채 발행 한도는 60억달러. 따라서 하반기중 최대 30억달러의 추가 발행이 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민간이 자체 신용을 통해 해외 자금조달에 나설 수 없거나 한국물 발행조건의 벤치마킹이 필요할 경우에는 외평채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금은 외환보유고를 더 쌓는 것을 제외하곤 외평채 발행의 필요성이 소멸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리먼 사태 이후 꽉 막혔던 외화 자금조달시장이 최근 몇달새 풀이면서 시중은행들의 해외 채권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초 국민은행은 3년 만기 외화채 3억달러를 자체 발행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5억달러와 8억달러 어치를 정부 보증없이 발행했다.

국제금융센터에서 따르면 지난 10월 699bp까지 치솟았던 5년만기 외평채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도 18일 기준 143bp까지 떨어졌다. CDS는 부도에 대비해 드는 일종의 보험으로 부도 가능성을 나타내는 척도다.

정부는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시중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작년말 도입한 은행권 외화차입 보증제도도 올해말 종료할 예정이다.

외국인 주식자금 등 달러 유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원화 환율의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외평채 추가 발행을 재고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3월초 157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최근 몇달간 1200원대의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연말로 갈수록 1100원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환율 하락으로 인해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우려가 높은 만큼 환율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는 외평채 발행에 나설 유인도 작아질 수 밖에 없다.

한편 정부는 내년도 외평채 발행 한도를 올해 60억달러의 3분의 1수준인 20억달러로 축소할 계획이다. 외화유동성의 불안 국면이 해소됐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재정부는 지난 17일 국회 예결위원회를 대상으로 외평기금을 비롯해 공자기금, 복권기금, 경제협력기금 등 4개 기금에 대한 현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내년 외평채 발행 한도를 20억달러로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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