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새벽배송 막은 '13년 대못'…지역 일자리·협력사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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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기자I 2026.01.29 07:10:00

[새벽배송 규제의 민낯]②
4년새 쿠팡 매출 3배 급증, 마트 3사는 제자리 수준
쿠팡, 규제 시점 틈타 새벽배송 올인
대형마트는 고용 축소…협력사 생태계도 위축
"선진국엔 없는 규제…낡은 규제 풀어야 할 때"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210% vs 5%’.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새 쿠팡과 대형마트 3사(합산 기준)의 매출 성장률이다. 쿠팡은 3배 이상 급증했다면, 대형마트 3사(이마트(139480)·롯데마트·홈플러스)는 제자리에 맴돈 수준이다. 국내 유통 생태계가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기운 이유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유통법)에 의거한 ‘새벽배송 규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규제로 제한하는 법은 해외에선 찾아보기 힘든 전형적인 ‘한국형 규제’로 꼽힌다. ‘쿠팡 사태’를 기점으로 새벽배송 규제의 민낯을 확인한 만큼, 현재 국회에 잠들어 있는 일부 규제 완화 법안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규제 시작 시점에 ‘새벽배송’ 올인한 쿠팡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쿠팡의 연간 매출액은 41조 2901억원으로, 4년 전인 2020년(13조 3000억원) 대비 210%(약 3배) 성장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연매출 40조원을 돌파한 유일한 곳인데다, 성장폭 자체도 독보적이다. 실제 2020년 27조 3326억원이었던 대형마트 3사 매출은 2024년 28조 6218억원으로 4.7% 늘어나는데 그쳤다. 쿠팡 홀로 마트 3사의 무릎을 꿇린 셈이다. 현재 국내 유통업계에서 쿠팡에 대항할 수 있는 곳은 전무한 실정이다.

쿠팡과 대형마트 3사(총합) 매출액 비교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 같은 격차의 핵심은 새벽배송 규제에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2012년 제정된 유통법 개정안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 제한(0~10시) △매월 2일 의무휴업 등의 규제를 담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에선 쿠팡의 새벽배송 시작 시점에 주목한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쿠팡은 2014년부터 로켓배송을 시작해 2017년엔 직매입·새벽배송 체제를 갖췄다”며 “규제의 빈틈을 파고들어 ‘올인’한 건 쿠팡의 전략적인 행보였다. 대형마트와 SSM도 전국 점포(약 1800개)를 물류 인프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쿠팡과의 차이점은 ‘규제’밖에 없었다”고 기억했다.

지역 일자리·협력사 생태계도 여파

새벽배송 규제는 대형마트 업계를 위축시켰고, 지역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행정안전부의 국민연금 가입 사업자 내역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대형마트 3사의 고용 수준은 6만 2795명이었는데, 지난해 11월 기준으론 5만 324명으로 20%(약 1만 2000명) 감소했다. 대형마트 3사 매장 수도 2015년 414개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392개점까지 줄었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그간 지역 기반 장기간 일자리를 제공해왔지만 규제로 점포 운영이 제한되면서 고용 기반도 흔들리게 됐다”며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고용 안정성 전반을 약화시킨 꼴”이라고 지적했다.

대형마트와 연계된 중소 협력사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형마트 1곳은 수십여개 협력·납품업체들과 생태계를 구성한다. 국내 대형마트에 쌀 가공식품을 납품하고 있는 B 중소기업 대표는 “과거에 비해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물량이나 매출 규모가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쿠팡에도 물량을 제공하고 있지만 수수료 부담은 물론 정산기일도 대형마트보다 길어(최대 60일) 자금 운용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에 위치한 A대형마트 점포 내부에 있는 온라인 물류센터의 모습. (사진=이데일리DB)
글로벌 흐름과 정반대의 ‘한국 규제’

13년 전 단순히 전통시장을 보호하자는 유통법 규제의 여파가 △기형적인 유통산업 구도 △지역 일자리 위축 △협력사 생태계 균열 등 ‘나비효과’로 되돌아 온 모양새다. 이처럼 점포 규모에 따른 차별적 규제는 해외에선 찾기 힘든 구조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위기의 오프라인 유통업’에 따르면 과거 영업시간을 일부 제한했던 국가는 있지만, 대부분 소비환경 변화에 맞춰 완화하거나 폐지했다.

프랑스의 경우 소매점의 일요일 영업 금지를 추진한 적이 있지만, 2016년 일명 ‘마크롱 법’을 통해 대형마트 주말 영업 제한을 완화하고 영업시간도 연장했다. 규제가 가장 엄격했던 독일도 1956년 일요일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이 있었지만 2006년 이후 관련 사항을 각 연방주의 권한으로 정했고 이후 대부분의 주가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엔 규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캐나다는 1906년도 주일법 제정으로 일요일 영업금지를 했지만 현재는 규제가 사라졌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대규모 소매점포에 대한 백화점법이 1937년 시행됐지만 2000년에 폐지된 바 있다. 결국 한국만이 시대에 뒤처진 영업시간 제한(새벽배송 금지·의무휴업) 규제를 적용하며 쿠팡에 종속된 시장 구도를 만든 상황이다.

유통규제, 이젠 실용주의로 봐야

특히나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유통법 규제 사항의 유효기간을 오는 2029년 11월 말로 5년 연장시켰다. 글로벌 흐름과 정반대 행보다. 이에 업계에선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규제 완화 법안들을 추려 이제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법안이 2024년 7월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유통법 개정안이다. 대형마트와 SSM도 통신판매업으로 신고해 온라인 쇼핑 영업을 하면 의무휴업 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 등이 같은 해 10월 발의한 유통법 개정안도 영업규제 시간에도 온라인 영업을 허용해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모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 규제 일몰을 5년 연장한 것과 관계없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국회와 이재명 정부가 이제는 ‘실용주의’로 과거 낡은 규제를 풀어야 할 때”라며 “현재 오프라인 소매기업을 규제하는 선진국은 한 곳도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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