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피즘 맞선 자강론…세계 지도자들 美 우선주의 맞설 채비

이소현 기자I 2025.01.01 18:01:52

아시아·유럽 주요 지도자 신년사
트럼프 2기 출범 앞둔 세계의 운명
안보·방위 강화…국익 수호 의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2025년 신년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귀환을 앞두고 우려가 커진 ‘트럼피즘’에 맞서기 위해 경제·안보·외교 등을 강화한다는 자강론을 설파했다. 트럼피즘은 국제적 약속보다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를 옹호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통치방식이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의 단결을 외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을 겨냥해 브릭스(BRICS) 등 남반구의 단결 필요성을 언급했다.

주요국 지도자 2025 신년사(그래픽=이미나 기자)
◇中시진핑 “외풍 극복”…日이시바 “국익 수호”

올해 미국과의 관세전쟁 우려가 큰 시 주석은 ‘외풍극복’, ‘남반구 단결’ 등을 강조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모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며 어려움 극복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현재 경제는 외부 환경 불확실성과 에너지 전환 압박 등 몇 가지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그러나 이들은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보편관세와 중국산 수입품 대한 60%의 고율 관세를 예고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무역 전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WSJ은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 몇 주 전에 중국이 경제적 전환을 이루고 외압에 저항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강화하고자 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경제난이 있다는 걸 언급한 지난해 신년사와 달리 올해 연설에서는 “우리는 비바람 속에 성장했고 시련을 거치며 장대해졌다”는 표현으로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위상과 역할을 부각했다.

2024년 12월 31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맞이 행사를 앞두고 연설하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춰지고 있다.(사진=AFP)
미국과의 갈등 심화 우려에 남반구 중심으로 뭉치자는 제안도 했다. 그는 “혼란한 세계에서 중국은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세계 거버넌스 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남반구 단결과 협력을 심화할 것”이라며 “브릭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요 20개국(G20) 등 양자·다자간 자리에서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긍정적 에너지를 주입하겠다”고 밝혔다. 미·중갈등 심화에 남반구 국가는 물론 한국·일본 등 이웃 국가, 유럽연합(EU) 등과 관계를 개선해 영향력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국제 정세가 엄중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외교·안보 과제를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을 둘러싼 안보 상황과 관련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거듭되는 미사일 발사 등 국제 정세는 엄중하고 복잡하다”며 “외교와 방위를 차의 양쪽 바퀴로 삼아 우리나라(일본) 국익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방위력 근간인 자위관(자위대 대원) 생활·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불안한 안보상황을 대비해 미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안보 강화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시바 총리는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를 창설하고 이 틀 내에서 미국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 공유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이 2024년 12월 31일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대국민 신년 연설을 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비춰지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024년 12월 29일 독일 베를린 총리실에서 신년 연설을 녹음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佛마크롱 ‘유럽 자강론’ 설파…獨숄츠 “함께 뭉쳐야” 단합 강조

EU 소속 주요국 정상들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EU와 무역 갈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럽 자강론’을 거듭 설파하며, 일제히 유럽의 단결을 강조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글로벌 전쟁과 불안정성을 들며 “유럽은 자국 안보와 방위를 다른 강대국에 위임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인들이 “순진함을 뒤로해야 한다”며 “우리는 다른 이들이 정한 무역 규칙, 상호주의나 미래 대비 없이 다른 이들에게 의존하게 하는 모든 것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잔인한 침략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우려를 고려할 때 많은 이들이 독일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자문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내 대답은 우리가 함께 뭉치는 것이 강하다는 것”이라고 유럽의 단합을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내정되며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독일의 극우 정당을 지지하면서 불거진 ‘선거 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숄츠 총리는 독일의 미래는 “소셜미디어 소유주에 의해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머스크 CEO를 우회 비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중동·동유럽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앞으로 테러 없는 튀르키예, 테러 없는 지역에 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이 상호 간의 선의와 이해를 통해 평화롭게 이뤄지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지만, 필요할 때는 벨벳 장갑을 낀 우리 국가의 철권을 사용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2025년 1월 1일 미국 뉴욕에서 새해맞이 행사가 열린 타임스 스퀘어에서 불꽃놀이가 끝난 후 전광판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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