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평양으로 간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자칫 남·북한과 미국 3자 구도로 전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중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2~3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한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으로부터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듣고 이달 중 개최될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해법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시 주석의 방북 시기나 방법 등에 대한 논의도 테이블에 올라갈 전망이다. 북한 측의 초청이 있다 해도 왕 위원이 직접 평양에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정상회담을 하면 당사국이 주변 국가를 방문해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왕 위원이 서둘러 북한에 가는 것은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 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판문점 선언엔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선언이 나오자마자 중국 내에선 남·북·미가 3자회담을 개최해 모든 틀을 짜놓은 후, 4자 회담을 개최해 중국을 끌고 올 것이란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왕 위원이 북한에 직접 가 3자 회담에 대한 북한의 진의를 타진하고 종전 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논의의 장을 4자 회담으로 하자는 뜻을 북한에 전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차오신 중국 차하얼학회 연구원은 “종전 참여는 중국이 유일하게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접점”이라며 “이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면 중국은 미래 한반도 체제에서 정치적 상징성만 갖고 주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으로선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중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중국이 대북 경제지원과 인적 지원을 맡아왔지만 북한과 미국이 경제 교류를 시작한다면 북한으로선 중국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진다. 이에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물밑 작업이 이뤄지는 지금 평양을 찾아 중국측 구상을 설명하겠다는 의도다.
왕 위원이 직접 평양에 가는 것도 중국의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10월이나 올 4월만 해도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북한에 방문했다. 당 대 당 차원을 강조하며 혈맹이자 같은 정치체제인 양국의 공통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왕 위원이 방문하며 당 대 당이 아닌 국가 차원의 소통을 모색하고 있다. 종전협정의 당사자가 중국 공산당이 아닌 중국 국가 차원인데다 남·북·미국과 동등한 국가적 입장에서 이번 문제에 접근한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으로선 북한이 3자회담을 언급한 점이나 쌍중단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점에 화가 날 것”이라면서도 “한반도 문제 논의의 틀을 4자회담으로 만들기 위해 왕 위원이 북한에 경제지원 같은 당근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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