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오너 책임경영, '기관투자가 힘 싣는다'

이진철 기자I 2013.03.13 13:43:48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 등기이사 안건 기관 찬성표시
글로벌 車업계, 빠른 의사결정 오너경영 체제 강화 대세

[이데일리 이진철 김형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총수일가인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의 책임경영이 기관투자가들의 지지로 힘을 받고 있다. 일부 대기업 총수 일가들이 최근 등기이사직을 회피하는 분위기와 달리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올해 주요 계열사의 정기주총에서 등기이사직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찬반 의결권을 행사할 자산운용사들은 이사선임 안건에 대해 단 한건의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 정몽구 회장·정의선 부회장, 계열사 등기이사직 유지 ‘책임경영’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좌)과 정의선 부회장(우)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오는 15일 열리는 정기주총에 정의선 부회장에 대한 등기이사 선임안건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공시한 26개 자산운용·은행·보험사가 찬성을 표시했다.

기아차(000270)도 오는 22일 정기주총에서 정의선 부회장을 3년 임기의 등기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고, 현재 3개 자산운용사가 찬성 의견을 공시했다. 현대모비스(012330)의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된 정몽구 회장의 3년 임기의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15개 기관투자가 모두 찬성의견을 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현대제철, 현대건설 등의 6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도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6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함께 맡고 있다.

총수일가의 계열사 등기이사에 대한 과도한 겸직은 충실 의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오너일가가 이사회에 참여해 핵심 경영사안에 대한 발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책임경영 구조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진출 27년 만에 누적 판매 800만대를 넘었지만 진출 초기만 하더라도 급격한 판매 증가에 따른 정비망 부족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다. 1999년 정몽구 회장 취임과 동시에 정 회장 특유의 품질 최우선 경영과 현장경영으로 자동차의 본고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정 회장의 생산성 확대 전략으로 현재의 성장발판도 마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지난해 연산 40만대 규모의 3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기아차는 30만대 규모의 3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기아차 중국 3공장이 완공되는 2014년에는 현대차 100만대, 기아차 74만대 등 총 174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중국 3공장 건설이 없었다면 2015년 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은 5%대로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도요타·폭스바겐 등 오너경영 ‘위기때 빛 발휘’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좌), 마르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우)
도요타, 폭스바겐,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오너 일가가 기업을 지배하되 유사시 전문경영인을 최고경영자로 내세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 오너 경영은 위기때 빛이 바란 사례가 많다.

도요타그룹의 경우 소수의 지분을 가진 창업주 도요다 가문이 계열사끼리의 순환출자 방식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지난 2009년 복귀한 후 글로벌 금융위기, 북미 대규모 리콜, 동일본 대지진 등 연이은 악재를 맞았으나 강력한 리더십으로 도요타자동차를 지난해 세계 1위로 복귀시켰다.

폭스바겐은 창업주의 손자 페르디난드 피에히 폭스바겐AG 이사회 의장 등 일가의 지배 하에 유럽을 벗어나 중국, 미국 등지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특히 마르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은 포르쉐 일가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지난 2006년부터 8년째 폭스바겐의 공격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2008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럽 자동차회사들이 대부분 지금까지도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나홀로 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톱3’로 부상했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는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영·미식 기업지배구조에 충실해 왔다. GM은 2008년 말 위기가 불어닥친 후 1년이 채 안된 2009년 6월 약 40일 동안 법정관리 신세를 졌다.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5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는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010년)’에서 “세계 10대 자동차회사 중 GM만 영·미식 기업지배구조의 정석대로 운영됐는데 결국 파산했다. 장기투자 대신 단기수익 극대화를 요구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집중해야 하는 자동차 등 대규모 장치산업의 경우 모든 역량을 한 곳에 집중시킬 수 있는 오너경영체제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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