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LG 계열사인 서브원의 건설부문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LG와 GS그룹간 이른바 `신사협정`이 지난해 종료된 이후 GS건설(006360)이 독점하던 LG그룹 물량을 자체 소화하고, 나아가 독립 건설사로 키우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브원은 올해 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30여명의 건설 플랜트 경력직을 채용했다.
특히 현재 건축, 기계, 안전관리, 인테리어, 플랜트 기술영업, 현장소장 등 20여개 부문에서 대규모로 경력직 면접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건축과 기계 분야 대졸 인턴 사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LG의 100% 자회사인 서브원은 2002년 LG유통에서 분리한 회사로 구매대행(MRO) 사업이 주축인데, 최근에는 시공을 포함한 건설관리(CM) 부문 실적이 급성장하고 있다.
2007년 1776억원이던 CM부문 매출액이 지난해 4337억원으로 144%나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MRO 부문과 건물관리(FM) 부문 매출액 증가율이 각각 47%, 57%인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성장세다.
이는 LG그룹 공장 생산라인 및 건물 공사 등 수주가 늘어난 때문이다. 지난해 서브원은 LG디스플레이 8세대 라인 증설 관련 공사를 비롯해 모두 40건의 그룹 공사 계약을 맺었으며 신규 계약액은 3941억원에 달한다. 2008년 11건에 1151억원 규모의 신규 계약액과 비교하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건설업계는 LG그룹이 자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건설 역량을 보다 강화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서브원으로 자리를 옮겨간 경력직들도 향후 LG의 건설업 확대를 예상하고 간 것"이라며 "서브원이 몸집을 키우는 것도 GS건설에 맡겼던 물량을 가져오기 위한 차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언제까지 LG그룹 공사를 GS건설에 맡길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 "서브원을 플랜트 중심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GS건설은 LG그룹이 발주하는 대규모 공사가 고도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요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향후 영역이 겹쳐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GS건설 매출액 중 LG그룹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최고 30%에 이르기도 했으나 지난해는 2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5년의 신사협정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본격적인 독자 행보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면서 "서브원이 당장 많은 공사를 할 수는 없겠지만 컨소시엄 형태 등으로 영역을 넓혀나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브원 관계자는 "지난해 계열사 투자 확대로 인해 공사 계약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면서 "건설업을 확대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