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수미기자] 정부가 현금으로 구매할 때 물건값을 할인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강제성 부여가 불투명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합리화 차원에서 현금으로 값을 치르는 고객에게는 신용카드로 지불할 때보다 싸게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참고기사: 2008.08.17 11:45 금융위, `카드 대신 현금내면 할인` 허용 검토)
그러나 방안이 실행된다 하더라도 가맹점에 현금 결제시 가격 할인을 강제하기가 어려워 이를 실제로 도입하는 가맹점이 있을지 불투명하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지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카드 가맹점은 카드로 거래한다고 해서 물품의 판매, 용역의 제공 등을 거절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은 어떤 식으로 방안을 도입할지 검토 중"이라며 "그러나 도입이 된다 하더라도 `현금으로 결제하면 반드시 깎아주라`는 식의 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정부의 현금 할인 방안이 가지는 효과는 급격히 줄어든다. 가맹점 입장에서 `선택 사항`인 현금 할인을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안(案)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실제로 이를 실행할 가맹점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가맹점이 수수료만큼 가격을 깎아주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가맹점이 실제로 얻을 수 있는 매출 증대 효과도 미미하다"고 말했다.
강제성이 전제된다 하더라도 논란의 소지는 남아 있다.
현금 결제 할인 방안이 강제 시행되면 소비자는 물건을 싸게 사는 혜택을 누리게 되지만 가맹점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맹점의 손실을 어떻게 보전해주느냐에 대한 논란이 남는다.
예를 들어 고객이 1만원짜리 금액을 구매하고 이 경우 가맹점 수수료가 1%라고 가정하면, 가맹점은 카드 고객에겐 1만원에 물건을 팔 수 있지만 현금 구매 고객에겐 9900원에 팔아야 한다.
시행 전과 비교해 현금으로 물건을 팔면 추가로 남길 수 있었던 100원의 매출을 포기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가맹점의 손실 보전에 대한 세제 혜택 등 관련 방안은 아직 검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은 안(案)이 도입될 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강제성 여부 역시 공청회 등을 거쳐 도입이 결정되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자 수익 비중이 높은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수수료 수익 비중이 높은 특수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도입 전 개별 환경 분석을 통한 부작용 검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 현금 구매 할인 방안도 MB정부의 `포퓰리즘 정책` 중 하나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얼핏 들으면 대단한 혜택을 받게 되는 것 같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소비자들 손에 실제로 떨어지는 혜택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청회 등 관련업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도입 여부 및 영향 등을 판단할 것"이라며 "업계의 반응에 따라 아예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쇠고기 협상 등 각종 현안으로 민심을 잃어 궁지에 몰린 현 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마술사들의 단골 레퍼토리 중에 색이 고운 풍선을 관객에게 건네주는 장면이 있다. 관객은 기대에 찬 눈으로 풍선을 받아들지만 받아드는 순간 풍선은 순식간에 쪼그라들면서 허공으로 휙 날아가버린다.
예쁜 풍선에 대한 관객의 기대심리를 이용한 마술사의 속임수다. 기대했던 관객은 허무함을 느낀다.
현금 구매 할인 방안이 또하나의 `마술사의 풍선`이 되지 않기 위한 정부의 획기적인 노력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