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승찬기자] 요즘 현대차의 '저력'에 베팅한 기관들의 속이 말이 아니다. 외국인들의 지속되는 매도 물량을 과감하게 받았지만, 외국인의 매도가 예상을 넘어 지속되면서 주가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들의 현대차 매수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일단 지난해 현대차를 압박했던 환율하락이 우호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매출 증가 및 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가파른 환율하락을 버티며 '체질개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터라 기대감은 더 높았다. 여기다 국내 자동차시장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2분기에 '깜짝실적'을 시현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10년만에 처음으로 올해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지었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집행유예 선고로 경영의 불확실성도 제거됐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정 회장의 집행유예를 두고 "대형 호재"라며 반겼다.
마침 외국인들의 매도로 주가도 크게 떨어졌던 참이어서 벨류에이션 매력도 높아보였다. 논리적으로 보면 기관들은 현대차 매수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많지 않았다.
실제로 기관들은 지난달 13일 이후 한달간 186만주 가량을 순매수했다. 특히 연기금은 최근 10일연속 현대차를 순매수하면서 러브콜을 보냈다. 외국인이 내놓은 물량을 서둘러 받은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외국인들의 현대차 매도가 생각만큼 간단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16일부터 19일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매도한 물량은 650만주에 달한다. 이는 전체 현대차 발행물량의 3% 수준이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그치는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시장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소비둔화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전체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현대차 뿐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자동차 관련주의 보유비중을 낮추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일 현대차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한 골드만삭스 역시 이런 뉘앙스를 풍겼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자동차 내수시장이 회복되면서 현대차의 투자의견을 높였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미국의 소비 부진으로 현대차의 투자의견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많이 줄였다고는 하지만 아직 현대차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의 지분율은 37.45%다. 팔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더 팔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현대차 편입비중을 높인 기관들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한 투신사 운용본부장은 "현대차는 참 어려운 종목"이라며 "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서브프라임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되면서 현대차를 팔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기관들이 외국인과의 기싸움에서 밀리면서 최근 현대차 편입비중을 높인 기관들의 경우 손해가 커졌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기관들은 외국인들의 논리에 맞서며 현대차를 고수하겠다는 시각이 다소 우세한 모습이다.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도 결국은 멈추고 펀더멘탈의 개선이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투신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것은 중국의 성장 때문이지 미국 경기가 호조여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라며 "현대차의 경우 지금까지 최악의 상황을 버텨왔다는 점에서 더 나빠질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화진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미국 경기 침체에 따른 우려감이 있지만, 현대차는 전주공장의 가동률 상승, 인도 2공장 가동, 제너시스 출시 등 성장을 이어갈 요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매도로 현대차의 주가가 부진한 모습이지만, 결국 수급적인 요인은 결국 회사의 펀더멘탈 강화로 극복할 수 있다"며 현대차가 10만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날 외국인은 20일만에 현대차 매수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은 이날 8만4000주 가량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현대차(005380) 주가는 0.88% 하락한 6만7900원으로 마감했다. 전일 보합을 포함해 4일째 오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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