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마취과 의사의 삶을 되돌아보는 책 '신정순 평전' 나온다

이순용 기자I 2022.12.12 11:37:27

우리나라에서 마취만을 전담한 최초의 마취과 전문의
국립의료원 첫 한국인 마취과 과장, 서구식 전공의 수련과정 도입
남달랐던 모교 사랑 그리고 의학발전을 위한 헌신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한국 최초의 마취과 전문의이자 대한마취과학회 첫 여성회장을 역임한 의사 신정순의 삶을 되돌아보는 신정순평전이 출간됐다.

그는 당시 한국에서 생소했던 마취과 분야의 최초 전문의로서, 한국의 마취과 분야를 선도한 인물이다. 이번에 출간된 신정순 평전은 ‘마취과 의사’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평생 마취과 의사를 천직으로 알며 한국 의학발전에 헌신했던 의사 신정순의 삶을 재조명 했다.

◇ “한국 최초의 마취과 전문의”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시기에 그는 서울여의전(고려대학교 전신)에 재학 중이었다. 대학 졸업 후, 의사 초년기를 미군병원과 스웨덴 적십자병원에서 근무하며 서구의 선진 의학시스템을 경험했다. 그는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외과의사가 되려 했으나, 스웨덴의 마취과 전문의 노던(Norden)을 보면서 외과와 밀접한 마취과를 선택하게 된다.

한국전쟁 발발 후 우리나라에 의료지원으로 개원한 스웨덴적십자병원의 철수에 이어 스칸디나비아(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3국의 인적, 경제적 지원으로 아시아 최고의 국립의료원을 개원하게 되는데, 신정순은 개원 초기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신정순은 남성 중심의 의료계에서 여성 의사로서 정체성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1950년부터 마취 의사 양성을 위해 WHO에서 지원하여 운영되었던 덴마크 코펜하겐 마취의사 연수교육 프로그램에 WHO장학금을 받고 참여해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 “국립의료원 개원 당시, 스칸디나비아 측 의료인과 한국 측 의료인 간 가교역할”

국립의료원 개원 초기 병원 운영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에 1년 단위로 파견되었던 스칸디나비아(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의료진과 국립의료원 의료진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했다. 또한, 국립의료원 한국인 최초 마취과장이 되어 수련의(인턴·레지던트)의 서구식 수련프로그램 지침에 따라 우리나라에 맞는 마취과 수련 프로그램을 수립하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국립의료원의 수련 지침과 각 임상과의 수련 프로그램은 서울대의 미네소타 프로젝트에 따른 전공의 수련시스템과 함께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프로그램 큰 축을 이루었다. 신정순은 국립의료원 의료시스템의 주춧돌이 되었으며 스스로도 마취과 전문의로서 한층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 “남달랐던 모교 사랑 그리고 의학발전을 위한 헌신”

모교로 적을 옮겨 고려대 구로, 안산, 여주(현재 폐원)병원 개원 당시 3개 병원의 수술실, 중환자실 등의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동시에 환자 안전을 위해 수술실을 지키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몰두하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1993년 은퇴할 때까지 마취과학교실에서 후진 양성 및 고려대의료원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정년퇴임 이후에도 후학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을 이어갔다. 2010년 8월 그는 영면하였지만, “죽어서 다시 태어나도 마취과 의사를 하겠다”는 그의 열정과 의학발전을 위한 헌신은 후대에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신정순 교수의 딸이기도 한 김애리 교수(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주임교수)는 “어머니께서는 우리나라 근대사와 함께 의사생활을 하신 분으로 현재 우리에게 당연한 여건들을 일구어내신 역사 속 많은 선배님들 중 한 분이 제 어머님”이라며, “다행스럽게 부모님과 함께 한 많은 사진, 서류, 문서, 주고받은 편지글이 남아 있어 이 책을 통해 당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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