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재은 김일문 이태호 기자] 외환은행(004940) 등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대한 만기 연장을 중단하면서 크레딧 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용등급 평가에 있어 주요 지표인 `재무적 융통성` 측면에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이 당장 현대그룹에 대한 등급 조정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금흐름 등 재무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30일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한신정평가 등 3대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현재 현대상선(011200)에 대한 신용등급은 모두 `A(안정적)`이다. 현대엘리베이(017800)터에 대한 등급 역시 `A(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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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평사 연구원은 "현재로서 유동성이나 재무적 융통성에 문제가 생긴 것은 맞지만 펀더멘털까지 문제가 생겼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유동성 위험에 직면하는 리스크가 현저히 커졌다고 판단되는 순간에 스페셜 코멘트 등으로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워치리스트(등급감시대상)에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평사가 섣불리 등급을 하향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채권단과 현대그룹간 갈등이 무리없이 봉합된다면 해당 리스크는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등급 조정 여부는 시간을 두고 상황을 살펴 검토될 전망이다.
현재 그룹의 지배회사 격인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연말까지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4000억원 수준으로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크레딧 시장에서는 차입금 뿐 아니라 금융권의 지급보증마저 중단될 경우 대체수단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신평사 애널리스트는 "지난달까지는 설령 현대그룹에 문제가 생겨도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자금조달이 안 될 경우 투자도 막히고 다른 쪽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금융권의 지급보증이 막힐 경우 부족한 담보가치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일단 현대그룹의 재무 융통성, 리파이낸싱에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관련 데이터를 분석할 방침이다. 아울러 현대그룹 자금 조달과 지출을 비롯해 현대건설 매각과의 연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한 한진해운(117930)과 현대상선을 비교할 경우 한진해운의 자금 부담이 많았던 반면 현대상선은 현대아산 리스크나 현대상선의 지배권 리스크가 크다"며 "종합하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신용평가에 있어 주요 항목인 리파이낸싱 리스크에 노출됐다"며 "현재 현대그룹이 가진 자금은 빠른 속도로 소진될 것이며, 은행들이 적극적 대출 회수에 나설 수 있어 과거보다 자금 수요는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현대상선을 비롯해 현대엘리베이터나 현대아산의 디스카운트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판단했으나 금융계열사인 현대증권(003450)은 만기연장 중단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만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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