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종훈기자] `EV-DO 리비전A`라는 IT 기술이 통신업계에서 내내 화두다.
LG텔레콤은 최근 2㎓ 주파수 대역에서 `동기식 IMT-2000`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혀 정보통신부로부터 사업취소 처분을 받았다. 여기서 동기식 IMT-2000은 퀄컴의 동기식 기술 `EV-DV`를 일컫는다. 이를 포기하는 대신 LG텔레콤은 기존 1.8㎓ 주파수 대역에서 `EV-DO 리비전A`로 화상통화가 자유로운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LG텔레콤이 포기한 EV-DV와 새롭게 거론중인 EV-DO 리비전A. 그 차이는 뭘까.(표)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EV-DO 리비전A는 기술발전단계상으로는 2.5세대와 3세대 중간기술이지만 데이터 전송 속도는 3세대에 뒤지지 않는 저렴한 기술이다.
◇EV-DO 리비전A, 어떤 기술인가
EV-DO 리비전A(rA)는 세계적인 CDMA방식 칩·네트워크업체인 퀄컴의 신기술중 하나다. 이는 2.5세대 동기식 기술인 CDMA2000 1x, EV-DO 등을 업그레이드한 개량기술이다.
기존 2.5세대 기술인 CDMA2000 1x, EV-DO와 개량된 EV-DO 리비전A의 차이는 음성 이외의 디지털데이터를 전송하는 속도에 있다. CDMA2000 1x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144Kbps, EV-DO는 2.4Mbps인 반면 EV-DO 리비전A는 3.1Mbps 수준으로 전송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퀄컴의 기술 로드맵상 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기술이 EV-DV인데, 리비전A는 2.5세대와 3세대 사이에 끼여 있는 기술이다.
3세대 기술 EV-DV와 EV-DO 리비전A의 차이는 음성전송과 데이터전송을 별개의 장비로 하느냐, 단일 장비로 하느냐에 달려 있다. EV-DO 리비전A는 별개의 장비를 이용한다. EV-DO의 `DO`는 데이터전용(Data Only)의 뜻이다. 반면 3세대인 EV-DV는 음성과 데이터가 하나의 장비로 처리되는 기술로, `DV`는 데이터와 음성(Data & Voice)을 뜻한다.
데이터 전송속도면에서는 리비전A와 EV-DV간에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리비전A 기술로 3세대 서비스를 하는 데 별 지장이 없는 것이다.
퀄컴코리아 임원은 "EV-DO 리비전A로도 EV-DV급의 3.1Mbps의 속도가 나온다"며 "이를 이용하면 화상통화도 무리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EV-DV에 집착하지 않아도 리비전A로 저렴한 3세대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005930)와 퀄컴은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동기식 3세대 기술 `EV-DV` 칩·장비개발을 지난 2004년 포기한 바 있다.
양기술간 또다른 차이는 주파수다.
동기식 IMT-2000라는 이름으로 추진돼온 EV-DV는 2㎓의 주파수 대역을 쓰기로 했었다. 하지만, EV-DO 리비전A는 LG텔레콤의 기존 주파수 대역인 1.8㎓ 대역을 쓸 예정이다. LG텔레콤은 리비전A의 경우 기존 PCS폰 주파수(1.8㎓)를 그대로 쓰므로, 장비호환성이 높고 비용도 저렴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리비전A 투자비용은 3000억원 전후로 추정되고 있다. 총 3조원의 투자비가 필요한 비동기식 HSDPA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리비전A의 도입시기와 장비 수량 등이 확정돼야 정확한 투자비용을 알 수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투자비를 산출하기 어렵지만 2000억원보다는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코리아 임원도 "정확히 얼마가 들지 실제 도입해봐야 알 수 있다"고 며 즉답을 피했다.
◇정통부 `긍정 검토`, LGT·퀄컴 `찬성`..KTF `안돼`, SKT `글쎄…`
정보통신부는 LG텔레콤이 희망한 바대로 EV-DO 리비전A 기술을 통한 3세대 서비스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준형 정통부 장관은 "LG텔레콤이 이미 사용중인 1.8㎓ 주파수 대역으로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허용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노 장관은 `중요 시설물 설치승인`의 형태로 허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LG텔레콤(032640)은 적극적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EVDO 리비전A 기술로도 충분한 속도의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퀄컴과 협의, 칩과 장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퀄컴도 리비전A가 현재로서 가용한 동기식 3세대 서비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퀄컴코리아 임원은 "EV-DO 리비전A와 EV-DV간 전송속도 차이는 거의 없다"며 "12월 일본 KDDI가 리비전A를 개시하며 미국 스프린트도 리비전A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F(032390)는 LG텔레콤의 리비전A 기술을 허용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KTF 관계자는 "기본적인 형평에 어긋나는 처사"라며 "비동기식 3세대 서비스에 3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는데, LG텔레콤만 무임승차격으로 3세대 서비스를 시작하게 내버려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F는 또 SK텔레콤이 LG텔레콤처럼 EV-DO 리비전A를 제공하는 것을 경계했다. KTF 관계자는 "LG텔레콤에게 리비전A를 허용해주면 SK텔레콤도 리비전A를 개시할 명분을 줄 수 있다"며 "이는 3세대 서비스 시장에서도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계속될 우려가 커 정책목표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017670)은 일단 비동기식 3.5세대 서비스인 HSDPA에 주력하겠다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로선 리비전A 도입에 관심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미 EV-DO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SK텔레콤이야말로 EV-DO 리비전A에 가장 유리한 사업자라는 평가가 있다.
퀄컴측도 `EV-DO 망을 갖춘 SK텔레콤과 KTF는 별도의 대량 장비도입 없이 업그레이드만으로도 리비전A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LG텔레콤은 EV-DO 망의 전단계인 CDMA2000 1x만을 운영하고 있어 리비전A를 시작할 경우, EV-DO 장비와 네트워크를 새로 구축해야한다.
◇동기식·비동기식이란
동기식 이동통신기술이란 기지국과 휴대폰 사이의 데이터전송시 미국 GPS 위성을 통해 시간대를 일치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반면 비동기식 이동통신기술은 GPS 위성을 이용하지 않고 기지국과 휴대폰간 펄스신호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시간대를 일치시켜 신호를 주고받는 기술을 일컫는다.
동기식은 미국 퀄컴으로 대표되는 CDMA 계열 기술이며, 비동기식은 유럽 GSM 계열 기술이다.(표)
HSDPA는 비동기식 3.5세대 기술로 지난달 SK텔레콤과 KTF가 개시했다. HSDPA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최고 18.4Mbps로 동기식 EV-DO 리비전A(3.1Mbps)보다 더 빠르다. 하지만 주파수 등이 달라 통신장비와 칩셋을 새로 도입해야 한다. 2㎓ 주파수 할당대가를 합쳐 HSDPA 투자비는 사업자당 3조원에 달한다.
현재 동기식과 비동기식은 세계 이동통신시장에서 `2:8`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동기식이 비동기식에 크게 뒤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