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MS)②경기상승세, 우습게 보지 말라

최한나 기자I 2006.04.06 15:03:43

미국 주택경기 경착륙 없을 것
국내 경기 상승세 아직 안꺾여
수급호전 불구 금리상승 가능성

[한화증권 최석원] 작년 12월 금통위를 앞둔 오버슈팅 이후 올해 3월까지 국내 채권시장은 적어도 금리 측면에서 볼 때 많이 안정됐다. 자본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 경제 전체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커지므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특히 올해 들어 2~3월간 금리 움직임은 아주 좁은 범위에서 이루어졌는데, 2월 중 국채 3년물 금리 변동폭은 14bp, 3월에도 17bp에 그쳤고, 조금 더 크게 움직인 5년 이상 국채 금리도 월별 변동폭은 20~25bp 정도였다. 한편 그런 상황에서 결정된 금리의 좁은 레인지가 정책금리 대비 비율로 봤을 때 2000년대 평균에 근접해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일이다. 시장은 때로 한쪽의 방향성을 모색하기도 했지만, 결국 과거 평균치에 근접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 막힌 곳은 위인가, 아래인가

여하간 이처럼 금리 변동폭이 작았고, 결국 과거 평균치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는 점은 금리가 상승할 만한 요인과 하락할 만한 요인이 팽팽하게 맞서 있음을 의미한다. 한 쪽 방향으로 쏠리기에는 다른 쪽 요인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앞으로 금리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금리는 조금 있으면 사라질 하락 요인 때문에 상승 추세가 막히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조금 있으면 사라질 상승 요인 때문에 하락 추세가 막히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우문의 답은 정확할 수 없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의 중요성이나 영향력은 가격에 반영됨으로써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향력을 발휘하는 변수들이 영향을 미치는 기간을 가늠해 보면 위의 질문에 대한 대체적인 답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즉, 팽팽하게 맞서는 요인 각각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를 가늠해 보자는 얘기다.

이와 관련 최근 가장 중요한 변수들은(사실 여기서 열거하는 변수들은 늘 중요하다) 글로벌 경기와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 환율, 그리고 국내 경기 사이클과 정책금리 사이클, 채권 수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중 어떤 변수가 어떤 방향으로 길고 장기적으로 남아 금리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시각에 따라 금리 전망도 달라지는 것 같다.

◇ 미국 집값 떨어지면 우리 경기도 꺾인다는데

물론 이러한 전망들 중에서도 핵심은 국내 경제 사이클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 경기가 글로벌 경기나 금리 인상, 환율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점, 채권수급은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내 경제 사이클 및 나아가 통화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 여건 및 최근 나타났던 각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시각 정리가 필요하다.

사실 국내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지금도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미국내 투자자들의 평가보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더 비관적인 경우도 있다. 결국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글로벌 경제에 대한 비관적 시각으로 이어지고, 결국 우리 경제의 수출 측면에 대한 비관적 전망으로 전이되어 국내 경기 사이클이 조만간 멈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미국 경제 비관론의 핵심에는 미국의 주택 경기 하드랜딩 시나리오가 자리잡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혼재된 지표를 보이는 주택시장 경기는 하드랜딩으로 이어져, 디플레이션 위험 이후 미국 경제가 의존해 왔던 주택 자산 가치 상승을 경유한 소득 증가 효과를 없앨 것이며, 결국 미국 경제 성장은 크게 위축될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미국 주택 경기가 하드랜딩할 수도 있다는 연준 이사와 언론, 학자,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주장은 무수히 많다. 기본적으로 의장 버냉키를 포함한 FOMC 멤버나 연준 이사들이 연착륙이라는 낙관론을 유지하지만, 경착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온건한 입장이라면, 이외의 주장들에서는 과거 일본과 비교하며 폭력적인 경착륙이 나타날 것임을 경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연 미국 주택 경기가 지난 몇 년간의 호조세를 이어가지 못 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재고 측면에서나 가격 상승의 여력 측면에서 모두 시장조정의 필요성을 암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주택 경기의 호조세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왜 미국 통화당국은 금리를 올려 주택 경기의 하드랜딩 리스크를 크게 만드는 것일까?

◇ 미국 경제 확장국면 지속..주택경기 하드랜딩 없을 것

일반적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주택시장 냉각이 여타국 내수 부양을 이끌어내기 위한 카드, 뭐 꼭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보지 않더라도 주택시장 냉각이 각국 내수 부양을 이끌어내게 하는(그래서 저금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배경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결국 미국 금리 인상은 최근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금리 인상을 사전 차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이러한 과정은 이른바 미국의 소비 조정과 여타국의 소비 증대를 통한 글로벌 불균형 해소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 80년대 후반 주택시장의 붕괴와 비슷한 압력으로 작용했던 주식시장 붕괴가 유발한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결국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학습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의 경우 플라자 합의 이후 나타난 저금리 정책과 (어찌 보면 의도적인) 블랙먼데이 이후 다시 나타난 대대적인 유동성 확대의 후유증을 지난 10년 이상 앓아 왔다.

2002년 이후 글로벌 달러화 약세 움직임 하에서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을 부추긴 지금, 미국 주택시장 둔화에 맞서 각국이 또 다시 유동성 확대 정책을 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주택시장 둔화는 실제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기의 동반 하락과 불균형의 유지라는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이러한 모든 상황을 인지하는 미국이 자국의 주택시장을 경착륙으로 이끌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자는 의지는 근로소득 측면에서 주택시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하에서 강행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시장은 어떤가? 시장 역시 이러한 상황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시장은 미국이 정책금리의 급격한 인상을 통해 주택시장을 냉각시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는 동시에, 그래도 금리 인상을 통해 주택시장을 냉각시키고자 한다면, 이는 주택시장 냉각을 상쇄할 만한 실물 경기의 확장이 나타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판단할 것이다. 최근 주택시장의 혼재된 지표에도 불구하고 정책금리 인상에 따라 장기금리가 따라 오르는 것은 이러한 믿음 때문이다. 만약 금리 인상이 실물부문과 관계 없이 주택 시장의 냉각에만 관심이 있다고 느껴졌다면 시장은 장기금리를 오히려 끌어내렸을 것이다.

미국에서 주택시장으로부터 오는 충격을 상쇄할 실물부문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각국의 의사 결정은 한결 편해진다. 이미 낮아진 금리 상황 하에서 내수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과열로 가는 것을 막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도록 유도하면 되는 것이다. 통화정책이 자산버블로 이어질 수 있는 고리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이미 90년대부터 학계에서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되는 분야다.

결국 80년대 후반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된 실질환율 조정을 통한 소비 이전이 각국의 버블을 양산했다는 학습효과는 2006년 오늘 각국의 대응이 이전과 다를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일본이 양적금융완화 정책을 포기하거나, 유로권이 금리를 올렸을 때 시장이 긴장한 이유,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년대 후반과 같은 급격한 자산가격 하락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이러한 대응의 변화가 각국의 정책을 통해서, 나아가 시장 참가자들의 이해를 통해서 이미 진행돼 왔음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더라도 미국의 금리 인상은 상당한 정도의 내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할 때, FOMC의 믿음대로 미국 경제가 주택시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러운 확장 국면을 이어간다면, 통화팽창을 포기할 만큼 확장되고 있는 각국 경기 사이클은 더 이어간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 수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그래서 조만간 불가피하게 금리를 내려 내수를 부양해야 한다는 전망에 집착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는 3월 수출이 다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환율 역시 마찬가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재의 경기 확장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정책은 미래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사전 대응의 차원인 동시에 급격한 달러화 약세의 방지라는 목표 하에서 진행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미국 금리 인상은 글로벌 달러화 약세를 경유한 원화 가치 상승을 막을 가능성이 있고, 원화 강세를 국내 정책 및 시중금리 하락의 이유로 삼던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작년말 미국 금리 인상 중단에 베팅한 달러 매도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고, 달러/원 환율은 975원을 중심으로 큰 변화 없이 움직이고 있으니 이러한 측면에서 금리 하락 가능성은 줄어든 상태다.

◇ 국내 경기 아직 안 꺾였다..수급호전 불구 금리 상승 가능성 높아

한편, 국내적으로는 내수의 확장 여부와 금리 정책이 관심거리다. 특히 2월 경기선행지수증가율이 지금까지의 상승 추세에서 작은 폭이나마 반전됐기 때문에 필자 역시 기존에 가졌던 지속적인 경기 확장에 대한 의심을 해 보고 있다. 하지만, 산업생산지수의 월별증가율의 추세를 보면 고점 형성에 대한 ‘주장’은 할 수 있으되, 꺾였다는 판단을 하기에는 이르다고 본다. 게다가 필자가 관심을 갖는 서비스업 활동 역시 꾸준하게 양호한 모습이다. 숙박업, 오락 분야에서의 호전은 전반적인 소비심리 호전를 반영하는 동시에 서비스업 경기 확장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새로 임명된 이성태 한은 총재 지명자가 첫번째로 주재하는 금통위 역시 경제에 대한 판단은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 필자는 여러 루트를 통해 이성태 신임 한은 총재가 통화당국의 첫번째 목적인 물가 안정, 그리고 필요 이상의 팽창정책이 초래하는 부작용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한은 출신인 만큼 한은 내부 의견을 적극 수용하며 독립성 확보에 노력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최근 국내 부동산 가격 상승이 위험수위에 올라선 모습은 이성태 총재에게는 위험이자 기회다. 올해의 급상승한 덕에 지난 5년간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90%에 근접했는데, 이러한 위험을 어떻게 조절하는가에 따라 그에 대한 판단은 극단적으로 갈릴 것이다. 이 점을 잘 아는 이성태 총재가 부양적 수준이라 판단되는 콜금리를 오랜 시간 지금 수준에서 동결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물론 몇 가지 금리를 안정시킬 만한 요인들도 있다. 예를 들어 4월 중에도 수급 측면의 요인들은 금리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4월 중 예정된 노동부의 자금 집행은 아직 남아 있는 예보채의 만기 도래와 더불어 매수 기반을 단단히 할 가능성이 있다. 투신사 입장에서 볼 때 자금 집행 후 채권 매수는 불가피하므로, 강요된 매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까지처럼 꾸준하게 채권 매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3.30 부동산 대책의 영향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3.30 부동산 대책은 크게 나눠 재건축에 대한 이익 환수와 6억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 제한으로 요약되는데 이중 대출 제한 대책은 전반적인 은행권의 운용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대출 제한으로 줄어드는 부동산 대출만큼 기업 대출이 늘어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은행들의 유가증권 투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은행들의 유가증권 투자는 전반적인 은행권 예금 금리 인상 움직임을 둔화시킬 수 있는데, 이는 투신사 채권형 펀드의 상대적 경쟁력 증가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전체적인 자금 흐름은 여전히 단기화 쪽일 것이나, 금융기관간 자금 흐름은 채권 가격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해 보면 4월 중에도 큰 폭의 금리 움직임은 어려워 보인다. 또다시 수급이 들어오는 정보를 빠른 속도로 처리해 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상 금리가 추세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그보다 더 작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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