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국제금융시장을 보노라면 멀리서 구름이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석유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 같고(배럴당 54.28달러로 뉴욕시장을 마감하였습니다) ECB의 월례보고서에 따르면 유럽경제 역시 총체적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투자와 소비가 부진하고 단기간의 개선이 안보이는 처지에서 그나마 유로화의 약세덕에 근근이 수출부문으로 견디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모습과도 아주 흡사한 형국입니다. 한동안 잘나가던 영국 경제도 주택시장의 거품이 빠지며 힘들어하고, 일본 경제 역시 장기금리는 약간씩 오르긴 해도(10년 JGB수익률 1.23%) 여전히 제로금리 정책의 유혹을 내려놓기엔 역부족입니다.
그나마 실적이 괜찮은 미국경제조차 장기금리의 하향안정 전망이 유력해지면서 내년 이후의 경제는 영 밝지 않습니다. 어제 그린스펀 미 연준리 의장이 미국경제에 대한 코멘트에서 탄탄한 기반 위에 서 있으며 인플레 역시 잘 억제되고 있다고는 했지만 말입니다. 말미에 중립적 금리수준이 얼마인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그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고 해 일종의 금리 상한선을 그어 놓고 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의 어려움을 암시하는 것이지요.
와중에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금리란 펀더먼털한 요인보다도) 기본적으로 대출가능자금의 수급상황으로 설명될 것`이란 것입니다. 세계적인 저축증가와 미국내 매력적인 투자기회가 주요인으로 금리는 하향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깔려있는 발언이었습니다.
특히 상당기간동안 국제유가는 떨어질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대세입니다 (중국과 미국의 원유수요가 급증하고, 러시아의 석유공급이 둔화될 것이며 특히 최근 중남미 지역의 허리케인으로 인한 실질적인 감산 등에 따른 것이죠). 마지막 국제경제의 성장을 밀고 있는 중국마저 과도한 설비투자에 따른 가격 경쟁력의 저하와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앙등과 중국내 금리상승에 따른 제조업의 수익률 악화로 인한 소프트랜딩의 가시화가 맞물린다면 저멀리 떠있는 구름은 곧바로 이땅에 먹구름이 되어 폭풍우를 동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연유들로 인해 이번 G-8회의의 주요 주제가 될 중국 위안화의 절상문제 역시 쉽사리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아울러 우리나라 원화도 쉽사리 절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대내적 경제의 어려움을 푸는 쉬운 수단이 바로 대외 환율문제이자 국제수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린스펀의 통화의 가격인 금리에 대하여 펀더멘털 요인보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설명된다는 말에 갑자기 우리나라의 최근 불거진 부동산 분제를 생각하게 합니다.
오늘 아침 경제부총리의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는 있다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끼는 경기는 분명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길거리의 택시기사부터 강남 고급백화점 명품관의 판매 아가씨들까지 어느 틈엔가 돈이 마르고 있다고 합니다. 투자야 벌써부터 지지부진이었고 그나마 소비는 괜챦아질 것으로 여기던 것이 잠깐 반짝이다가 다시 사그라드는 느낌입니다.
이런 와중에도 강남을 비롯하여 판교와 분당의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전국적인 땅값 상승으로 시골에 땅가진 노인분들에게 도시사는 자식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고 하여 경노 및 효도사상의 앙양에 대한 참여정부의 공적이 정말 지대하다고 난리입니다. 물론 부동산시장에 거품논쟁까지 일면서 진정한 가격과 가치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당한 가치를 뛰어 넘어 가격이 형성된다면 거품이 끼었다고 할 것입니다. 즉 현재 부동산 가격이 오른 곳의 진정한 가치는 가격에 비하여 못하다는 것입니다. 진짜 거품이라면 거품 속에 뛰어든 사람들이 언젠가 꺼질 거품 속에서 허우적댈 것이니 문제될 것이 없고, 거품이 아니라면 진정한 가치에 접근하는 가격 현상이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거품논쟁을 떠나 거품을 강제로 제거하여야만 하겠다는 의협심을 갖는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어쩌면 가치와 가격에 대한 경제학적인 견해차이로 인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합니다.
리카아도를 원조로 해 특히 마르크스를 정점으로 하는 노동가치설을 신봉하게 되면 투입된 요소의 가치의 합이 전체 가치가 되어야 하며 그것이 올바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가격이란 객관적 가치 접근이라면, 칼멩거를 중심으로 한 오스트리아 학파의 한계효용함수를 이용한 주관적 만족의 크기로서의 가치가 결국은 가격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관적 가치 접근방식입니다. 물론 이 둘에 대한 발전적 견해로 나선게 왈라스의 로잔학파였습니다.
시장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에 의한 순수경제학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은근슬쩍 가치와 가격과의 논쟁에서 비껴 지나갔습니다. 중요한 것은 가격의 형성과정에서의 수요와 공급을 담당하는 경제축들의 활동이란 것입니다. 이런 분류에 의한다면 최근의 우리나라의 부동산에 대한 정부나 일부 단체의 시각은 먼 옛적의 노동가치론적 시각에서 노동요소의 합으로서의 집값과 단순한 지대론적인 계산으로 땅값을 접근하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오늘부터 한국은행에서 천원짜리 40장이 함께 인쇄된 큰(?)지폐를 액면가격인 4만원이 아닌 5만 몇천원인가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 돈의 가격이 얼마라야 맞을까요? 그 돈의 진짜 가치에 따르면 즉, 구매력에 입각한다면 분명 만원이 넘는 거품이 끼어있을 것이고 아마도 노동가치설까지 들먹인다면 까짓 커다란 종이 한 장 인쇄하는 추가비용이야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종이 한 장을 거품을 안고 팔고 사는 사람들의 의식에 전혀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수석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꽤나 있습니다. 주말에는 강바닥을 뒤지기도 하고 열심히 기름칠을 하고 신주 모시듯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의외로 그 별것 아닌 것 같은 돌덩어리를 엄청난 거품을 씌워서 비싼값에 거래하는 것을 보게됩니다. 그들의 거래기준을 보면 수석의 가치는 경정미에 의해 결정되지만 경정미가 좋다고 하여 반드시 비싼 것도 아니며 오히려 난초와 마찬가지로 희소성이 더욱 많이 적용됨을 알 수 있습니다.
중견화가들이 미끈하게 잘그린 50호 그림보다 담배종이에 끄적댄 이중섭의 시원챦은 그림이 더 비싼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희소성이란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때 발생하는 경제의 돌연변이같은 현상이며 이는 별도의 차원이 다른 시장을 형성한다는 것이지요.
요즘의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땅값과 건축비와 인건비의 합계로서의 노동 가치적 접근보다는 가장 원초적인 희소성의 원칙에 의한 것이며 결국은 수요와 공급이 제대로 맞추어지지 않는 변종으로서의 특수시장이란 것입니다. 이런 특수시장의 발생도 이미 오랜 역사가 있거니와 최근의 정책들이 이를 더 강화시켰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강남 거주 수요는 교육이다, 문화다, 또래집단(peer group)이다 해서 이미 오래전부터 형성돼 온 이른바 상류사회에의 접근 기대로 성장해 왔습니다. 최근들어서는 지방 활성화를 위한 행정도시와 공기업 이전 등 사유로 주말 분가 가족이 돼야 할 중산층들의 강남과 그 이남 지역에 대한 잠재적 주거에 대한 가수요까지 가세해 수요가 급팽창했습니다. 반면 공급이 원천적으로 제한적인 지역에서 재건축 규제 등 정책은 가뜩이나 공급물량을 급속도로 감소시킨 때문일 것입니다.
희소성을 더욱 높여 주었으니 가격은 돌연변이처럼 완전 탄력적으로 형성되는 것입니다. 해결방안이 있다면 수요를 억제할 정책과 공급을 확대시킬 정책을 장단기적으로 동시에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강남이외의 지역에도 고급교육 서비스가 제공돼 강남의 교육수요를 축소하고, 강북에도 전문 문화시설과 쇼핑시설을 확대해 삶의 질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우스개소리로 극단적인 강남 소개령도 전시같은 상황에서라면 수요 억제책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동시에 강남 대형아파트의 희소성을 떨어뜨릴 대형평형 공급을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시장에 대하여 도전하여 무엇인가를 해보겠다는 인위적인 조작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언젠가 진정 거품이라면 당사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정작 우려할 일은 정부의 정책입안자나 우리국민 대다수가 암묵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맑시즘에 근거한 노동가치설에 입각해 생각하고나 있지는 않는지가 더 염려됩니다. 시장에 의한 가격보다는 배분목적에 이용될 그런 가치 개념을 말입니다. (대우증권 트레이딩 영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