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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락없이 돼지코를 연상케 하는 차체 전면부는 낯설기만 했다. 전기차인 iX3는 대형 공기흡입구가 필요하지 않아 그릴 전체가 막힌 패널 형태로 만들어졌다. 좌우 대칭으로 나뉜 ‘키드니 그릴’ 형상은 유지하면서도 좁고 긴 세로형 디자인으로 혁신을 꾀했다. 그리고 혁신은 때때로 고통을 수반한다는 교훈까지 함께 일깨운다.
BMW의 유별난 키드니 그릴 고집이 입방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출시된 BMW X7은 세로로 길고 거대한 그릴 탓에 ‘뉴트리아의 앞니를 닮았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뒤이어 출시된 신형 4시리즈 역시 비슷한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BMW는 차체 디자인이 조용히 시류에 묻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왁자지껄한 논쟁을 일으키는 게 낫다고 확신한 듯하다. 그릴 디자인을 둘러싼 혹평이 잇따르자 당시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은 “대부분의 차량이 비슷비슷해 보여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느끼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응수했다.
분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리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BMW만큼은 그릴만 보고 단번에 알아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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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크고 화려하고 과시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근거 없는 억측은 아니다. 실제로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 BMW그룹 디자인 총괄도 중국 고객의 취향이 대형 그릴 설계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히기도 했으니까.
다만 숱한 혹평에도 끝끝내 키드니 그릴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전통과 정체성을 쉽사리 내려놓지 않으려는 유럽 브랜드 특유의 고집도 단단히 한몫 하고 있는 듯 하다.
이 고집은 경쟁사가 단기간에 흉내 내기 어려운 역사성·정통성을 쌓아 올린 원동력이 됐다. 시류를 좇아 매번 얼굴을 갈아치우는 대신 하나의 디자인 언어를 수십 년간 다듬어 온 덕분이다. 어쨌거나 미우나 고우나 키드니 그릴은 BMW를 상징하는 독보적인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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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기조를 보아하니 앞으로 나올 신차에서도 그릴 디자인을 둘러싼 설왕설래는 계속될 듯하다. 그 선택이 브랜드 정체성을 지켜낸 뚝심이었는지, 소비자 취향을 외면한 아집이었는지는 결국 소비자의 지갑이 판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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