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 DSR 직격탄…규제前 '영끌족' 몰리나

이승현 기자I 2021.05.02 16:21:28

연봉 1억 이상은 대출 한도액 차이없어
중·저소득자, 주담대 후 신용대출 제약
청년층·무주택자, LTV 혜택 더 줄 듯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한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정부가 갚을 능력만큼 대출을 받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은 뒤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 같은 자산시장에서 공격적 투자에 나섰던 고액 연봉자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평범한 직장인들이 규제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소득이 낮은 대출자(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한파가 불가피해 제도가 시행되는 7월 전까지 막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1억 이상 고소득자, 대출가능 금액 줄지 않아”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 시중은행의 시뮬레이션 결과 연소득 2억원인 A씨가 1억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발급받은 상태에서 규제지역의 시가 10억원짜리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DSR 도입에도 한도액에는 차이가 없다. A씨는 지금이나 오는 7월 이후, 내년 7월 이후에도 담보인정비율(LTV) 비율(9억원 이하 40%·9억원 초과 20%)에 따라 주담대를 3억8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마통 금리는 연 3%, 주담대 금리와 분할상환기간(원리금 균등 방식)은 연 2.7%와 30년으로 가정했다.

지난달 29일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보면, 올해 7월부터 차주가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거나 규제지역에서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신규 주담대를 받으면 DSR 40%가 적용된다. 내년 7월부턴 이들 2가지 경우와 함께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어도 DSR 규제 대상이 된다.

당국은 이와 함께 7월부터 신용대출에 대한 DSR 산정만기를 기존 10년에서 7년으로, 내년 7월에는 5년으로 각각 줄이기로 했다. 이번 대책으로 신용대출의 상환기간이 10년에서 내년 7월부턴 5년으로 줄기 때문에 1년간 갚아야할 원리금이 2배로 늘어나는 구조다. 다른 조건에 변화가 없으면 대출한도가 절반이 되는 셈이다.

DSR이 적용되도 마통 한도 1억원을 유지한 채 LTV 한도를 모두 쓸 있는 연소득 하한선은 1억400만원으로 추산됐다. 1억원 이상 고소득자는 DSR 규제에도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연소득이 그 이하이면 신용대출을 줄이지 않으면 주담대를 예전만큼 받기 어렵게 됐다. 또는 주담대 금액이 동일하다면 DSR 규제 이후에는 신용대출 한도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연봉 7000만원인 B씨가 주담대 4억원(금리 연 3%·30년 만기)이 있는 상태에서 신용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DSR 40%를 전제로 신용대출을 6400만원(금리 연 4%)까지 받을 수 있지만 7월부터는 4700만원으로 줄어든다.

◇주담대 후 신용대출 받기 어려워져

은행권에선 오는 7월 전까지 대출을 미리 받아두려는 가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금처럼 주택 구입을 위해 먼저 주담대를 받고 나머지는 신용대출로 채우는 방식의 자금조달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구매자들이 규제대상이 되는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잔금지급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올 들어 가계 신용대출 증가폭은 1월 3조1000억원에서 2월 7000억원, 3월 9000억원 등으로 안정화되고 있는데 이번 DSR 규제 도입으로 단기간 급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주담대를 받으면 DSR 산정 때 배우자 소득 합산이 가능하지만, 주담대를 먼저 받고 나중에 신용대출을 받으면 합산이 불가능하다”며 “대출 계획이 있다면 신용대출부터 받아놓는 게 낫다”고 했다.

청년층과 서민 무주택자는 대출 문턱이 낮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청년층에 대해선 대출만기 내에 소득이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 이를 기준으로 DSR을 산정키로 했다. 현재 연봉이 3000만원인 만 24세 무주택 직장인 C씨는 예상소득증가율 75.4%를 반영하면 DSR 산정기준 연봉이 4131만원이 된다. 이에 따라 DSR 40%를 기준으로 주담대 한도액(금리 연 2.5%·30년 만기)이 2억5000만원에서 3억4850만원으로 늘어난다.

무주택자의 경우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가산비율이 현행 10%포인트에서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LTV 40%를 적용한다. 조정대상지역은 이 비율이 50%다. 무주택자가 △부부합산 소득이 8000만원 이하(생애최초구입자는 9000만원 이하)이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6억원 이하 주택(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을 구입하면 LTV가 각각 10%포인트씩 올라간다. 당정은 여기에 10%포인트를 더 추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소득요건과 주택가격요건을 완화해 LTV 가산비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유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LTV 우대확대 등 금융지원 강화방안이 확정되면 주담대 한도가 증가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용어설명>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 대출심사 때 적용하는 지표로 차주가 현재 부담하는 모든 대출들의 연간 원리금을 연간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제3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2021년 2차 혁신성장전략회의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수출입은행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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