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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4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1로 전년동월대비 1.4% 상승해 지난달에 비해 0.1%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 2.1%의 상승률을 기록한 뒤 11개월째 1%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1.6%를 기록한 이후 5월 1.5%, 6월 1.5%, 7월 1.5%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2.0%)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근원물가지수도 하락해 전년동월비 0.9%를 기록했다. 근원물가는 농산물과 석유류 등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의해 물가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물가다. 근원물가지수가 1%대 아래로 내려앉은 것은 1999년 12월 0.5%의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18년 8개월만이다. 생활물가지수는 1.3% 상승해 지난달 1.5%에 비해 상승폭이 둔화됐다. 7~8월 한시적 누진제 완화로 전기요금이 내려가면서 관련 물가도 내려간 셈이다.
통계청은 전기요금 인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폭염으로 (정부가) 전기요금을 16.8% 낮추면서 소비자물가 낮아졌다”며 “(전기요금 인하의) 소비자물가 기여도는 -0.28”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와 생활물가지수에도 전기요금이 포함돼있어 그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물가지수의 전기·수도·가스 부문은 -8.9%로 7월(-1.8%)보다 하락 폭이 커졌다. 김 과장은 “전기료 인하를 감안하지 않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1.7%”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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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7월과 비교해 보면 채소류는 30%나 올랐다. 이는 2016년 9월(33.2%)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배추(71%), 수박(63.3%), 시금치(128.0%), 무(57.1%), 파(47.1%), 상추(40.5%), 양배추(85.5%) 물가가 전월 대비로 급등했다. 매주 또는 매달 장을 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체감물가 상승폭이 더 커진 셈이다.
공업제품도 전년대비 2.0% 올라 전월(2.0%)과 같은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공업제품 중 석유류 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12% 올랐다. 경유가 13.4%, 휘발유가 11% 올랐다. 경유는 지난 6월부터 두자릿수 증가세다.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김윤성 물가동향과장은 “전기료 인하가 한시적이라서 하반기 물가가 어떻게 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동결(1.50%)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중반 머무르는 것은 아무래도 정부 정책의 영향이 상당 부분 컸다”며 “올해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전망치(1.6%)보다는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보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향후 물가는 폭염 등 농축수산물의 계절적 상승압력이 완화되겠으나 기저효과 등으로 1%대 안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9월은 추석물가 불안에 대비해 서민생활과 밀접한 주요 성수품 수급과 가격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고 농축수산물 중 14개 중점관리 품목을 선정해 추석 전 3주간 정부 비축물량을 평소보다 1.3~1.7배 더 공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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