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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시작된 경기 군포시 산본동 한양수리아파트 단지 내 배관 교체공사가 4개월째 이어지면서 가정 내 난방·온수 공급이 끊겨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노인들도 영하의 혹한 속에 벌벌 떨며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상황이 벌어진 것.
한양수리아파트 802동 김모(51·여)씨는 12일 “벌써 한 달 넘게 추위 속에서 벌벌 떨면서 살고 있다”며 “온수까지 나오지 않아 그야말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토로했다. 김씨의 집 온도계에 표시된 온도는 10.8도. 하지만 이 아파트 단지에는 김씨와 같이 가정 내에서 한겨울 추위를 감수하며 고통을 겪는 주민이 1342가구에 이른다.
지은 지 23년 된 해당 아파트는 배관이 낡아 녹물이 섞인 수돗물이 나오자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과 군포시의 공동주택지원사업 보조금 4억9000만원을 투입해 지난 8월부터 단지 내 ‘공용급수·급탕·난방배관 교체공사’를 벌였다. 이때부터 아파트 단지의 난방과 온수공급이 중단됐지만, 주민들은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불편을 감내했다.
문제는 11월 들어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민들이 추위에 내몰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난방공급이 안 된 아파트는 실내가 2도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추위가 이어지자 주민들은 전기장판과 히터를 사비로 구매해 몸을 데웠다. 여기에 순간온수기까지 구매해 사용하느라 1천여 가구 각 가정마다 최소 20만원 이상의 전기요금이 추가로 부과되고 있다.
이에 전기 소모량이 큰 전열기를 24시간 켜놓을 수 없는 주민들은 장시간 추위에 노출되면서 감기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은 감기약을 달고 살 정도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중순쯤 이사 온 804동 주민 박모(35)씨는 “생후 8개월과 3살 된 아이들이 추위에 떠는 모습을 보면 엄마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전기장판과 전기히터를 사서 임시방편으로 추위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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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추위뿐만 아니라 화재 시 안전에 대한 불안감 또한 느끼고 있다. 아파트 내 여러 가구의 전열 기구 사용으로 전력량에 과부하가 걸려 단지 내 정전이 잇따르고 있는 데다 소방용 펌프교체공사까지 겹치면서 스프링클러 작동조차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시청에 적극적인 사태해결 노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대위 관계자는 “4천명이 넘는 주민이 사는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시에서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군포시 측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한양수리아파트 공사를 늦게 시작한 데다 입주자대표회의와 시공업체 간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공사가 늦어진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파악했다. 배관공사 작업의 경우 겨울이 오기 전에 완료하기 위해 보통 4~5월 공사를 시작해 늦어도 10월 말에는 완료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해당 아파트는 3개월이나 늦게 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입주자 대표에 대해 추가적인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제대로 된 설계 도면과 공사에 필요한 승인서류를 주지 않아 한 달 넘게 시간을 까먹었다”면서 “공사가 늦어지면 난방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해 공사비에 상관없이 우리가 발주를 신속히 했기 때문에 그나마 공사가 단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현재 일부 동은 난방이 공급되기 시작했고, 15일까지 일부 동을 제외하고 온수도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