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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달러 인출도 딴지‥中 "외화유출 막아라" 총력전

장순원 기자I 2016.03.09 10:39:06

가파른 외자유출에 부담…물밑 규제 대폭 강화
해외 거래 기업은 죽을 맛‥규제피해 편법도 등장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1. 중국의 한 수처리(water-treatment)기업은 최근 주거래은행에 2000달러를 인출요청을 했다. 직원을 미국에 출장 보내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돈을 받기까지 쉽지않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은행이 고작 2000달러를 내주는데도 자금의 사용처를 캐물으며 깐깐하게 굴었기 때문이다.

2. 중국 상하이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유럽계 화학회사는 해외에 송금해야 할 면허사용료 지급기일을 놓칠 뻔 했다. 은행에 달러를 요청했지만, 뚜렷한 이유없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다.

◇외화유출 방어 총동원령‥정상적 거래도 딴지

중국이 외화유출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밑 규제를 도입하는 식으로 은행을 압박해 달러 누수를 최소화하고 있다. 해외 거래가 많은 기업이나 달러가 필요한 중국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외환 당국이 개인의 외국펀드 투자 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하고 시중은행에 외화거래 감축방안을 수립하도록 요청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가팔라진 외화유출 속도를 누그러트리기 위해서다.

정부의 지침을 받은 은행은 중국기업의 해외 투자건부터 일상적인 대금지급까지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이런 분위기는 작년 중순부터 시작됐다. 당시 외환보유액이 큰 폭으로 줄자 외국계 은행을 통한 대외 무역거래나 외화를 찾는 개인까지 단속하려는 분위기다.

홍콩 로펌인 하비로코프의 장 프랑소와 하비 글로벌 매니징파트너는 “중국 밖으로 달러를 빼 가기가 정말 힘들다”면서 “정상적 거래도 지연되기 십상”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엄격한 통제 덕에 2월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286억달러 줄어드는데 그쳤다. 작년 연말부터 월간 기준으로 1000억달러 가량 줄어들었던것과 비교하면 3분의 1수준이다.

저성장 우려와 위안화 절하가 맞물리면서 작년 중국에서 최대 1조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급속한 외화 유출은 위안화 가치의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파를 몰고 오다보니 당국이 외환유출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것이다.

◇대외 거래 많은 기업은 부담‥규제 피하려 편법도 등장

중국 정부는 겉으로는 느긋한 모습이다. 새로운 외환규제를 도입하지 않고, 외자유출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외환시장을 총괄하는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는 “최근 외화유출은 당국의 예상범위 내에 있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최근 중국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이나 위안화 약세 움직임을 고려하면 외화유출 움직임이 단기간에 바뀔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이 걱정거리다. 특히 중국에서 빠져나간 돈은 대부분 합법적인 루트를 밟았다. 중국은 외환시장 개방 폭을 넓히면서 개인이 연간 5만달러어치의 외화를 바꿀 수 있다. 규제를 강화해도 외자 유출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WSJ는 14억명의 중국 인구 가운데 5%만 쿼터만큼 외화를 바꾼다면 3조5000억달러가 필요하다며, 이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약 3조2000억달러)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외화 부채 상환용이나 해외 인수합병용 외화수요도 막대한 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작년 하반기 5500억달러 유출액 가운데 60%는 중국 거주자와 중국 기업의 달러 환전 수요라고 밝혔다. 나머지 30%는 달러 부채 상환 수요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기업의 외화 순부채는 약 410억달러(3분기 기준)이다.

중국 당국이 외환통제 수위를 높이자 달러로 거래를 하는 기업이나 달러가 필요한 개인들은 죽을 맛이다. 달러 구하기가 한층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

또 한편에서는 규제를 우회하는 편법도 등장하고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방법이다. 신용카드는 외환 당국의 거래쿼터에 잡히지 않는다. 상하이의 한 미술품 수집가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가 그린 누드 초상화를 1억7000만달러에 구매하면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카드로 결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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