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설리기자] "한껏 침울했던 매장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직원들 눈빛도 달라졌고요. 해약했던 고객 30% 정도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쌍용자동차 영업소. 드넓은 매장은 썰렁하기만 했다.
국내 최대 규모로 한때 1, 2층 총 전시차량이 9대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체어맨 한 대만 외롭게 서있다. 77일간 이어진 노조의 점거파업으로 생산이 중단되면서 전시차량까지 동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3개월간 `생지옥`을 경험한 딜러들은 조금씩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부터 평택공장에서 생산라인이 전면 재가동에 들어간데다 고객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다짐! 새로운 출발! 새로운 쌍용!`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는 고객에게 전하는 메시지인 동시에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기도 하다.
◇ 3개월간 無수입..딜러 50% 경쟁사에 뺏겨
3개월간의 공장 가동 중단. 쌍용차 딜러들도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팔고 싶어도 팔 물건이 없었다. 계약했던 고객들은 해약하기 일쑤였다. 수당으로 먹고 사는 딜러는 차를 못 팔면 월급이 없다. 50%에 가까운 딜러들이 경쟁사로 빠져나갔다.
쌍용차(003620) 영동영업소 직원은 "(법정관리설이 나돌았던)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계약건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파산하면 차값이 떨어지고, A/S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염려한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딜러 1인당 5대의 계약을 갖고 있었다면 3~4대 정도가 해약됐다"고 덧붙였다.
쌍용차 잠실영업소 관계자는 "차를 팔려고 홍보하고 광고까지 냈는데 차가 출고돼야 팔지 않겠나. 차를 못팔게 되니까 노조측에 없던 감정도 생겼다"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 되살아난 희망.."다시 한번 뛰어보자"
그러나 노사 대타결 일주일째. 영업소별로 계약 건수가 몇 건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고객들 문의도 늘었다. 본사에서는 광고, 플래카드 등 마케팅 지원이 시작됐다. 지난 3개월간 견디기 힘들었던 정적을 깨고 나타난 변화다.
쌍용차 논현영업소 직원은 "파업 기간에는 문의 자체가 없었는데 최근 유선, 방문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날에 대한 불투명함 때문에 힘들었는데 본사, 공장, 영업소 모두 `다시 한번 뛰어보자`는 분위기이니까 절로 힘이 난다"고 전했다.
영동영업소 딜러도 "고객들에게 하루에 1000건 정도 메시지를 보내는데 5~6건 정도 응원의 답신이 온다"고 했다. 특히 `쌍용, 화이팅! 열심히 하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 감정이 복받친다고 덧붙였다.
◇ "체어맨 50% 할인해달라니"..무리한 할인요구는 사절
물론 아직까지 계약건수가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다. 노조 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뒤 재가동 되면 불량률이 높아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세일즈맨답게 발로 뛰어보겠다는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한 영업사원은 "(얼굴이) 새까맣게 타지 않았느냐"고 반문한 뒤 "어제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하루종일 가락시장을 누볐다"고 말했다.
바람이 있다면 신차 `C200`이 보다 일찍 세상의 빛을 봐서 진정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해 줬으면 하는 것.
통상 신차가 출시되면 판매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C200`은 가격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대히트를 칠 것으로 직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일선 영업현장에서 최근 겪는 애로 중 하나는 고객들의 무리한 할인요청.
한 영업사원은 "30~50%까지 할인해 줄 수 없겠느냐는 문의 전화가 온다"며 "특히 아반떼나 세피아 등 소형 승용을 갖고 있는 고객이 체어맨을 사겠다고 50% 할인해 달라는 요구까지 있다"고 하소연했다.
길고 고통스러운 어둠의 터널을 지나 이제 막 희망을 품기 시작한 쌍용차 딜러들. 절망을 딛고 일어서 보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강하게 빛났다.
쌍용차 영업부문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직장과 일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가 단합된 모습으로 품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여기에 판매만 뒷받침 된다면 회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의 사랑만 뒷받침된다면 금방 털고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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