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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생산량이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평년대비 5%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농연은 “법률 개정 찬성 측에서는 논타작물재배지원으로 실제 시장격리가 발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며 “그러나 ‘양곡관리법 개정안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시장격리 의무화와 논타작물재배지원을 병행할 시 시장격리 의무화만 시행할 때보다 재정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반면 쌀 가격지지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야당의 요구에 따라 쌀 시장격리 의무화와 타작물지원사업을 동시 시행하는 경우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2030년까지 쌀 가격은 17만 6476원 수준이 되고, 쌀 초과공급량은 43만 2000톤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쌀 수급과 관련해 어떤 정책도 취하지 않았을 때 추정되는 연평균 쌀 초과공급량(20만 1000톤)보다 2.15배 많고, 쌀 가격은 재량적 시장격리에 나선 올해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농연은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도 쌀 가격이 하락한다면, 예산운용의 효용성을 고려해 법률 개정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농연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쌀 생산이 증가하여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것”이라며 “초과 물량을 정부가 매입하여도 구조적인 쌀 공급과잉 구조 하에서는 쌀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농업 생산비 상승을 고려하면 농가는 이전보다 더욱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농연은 “또한 타 작물 전환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쌀 수급 불균형 해소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효과성이 분명하지 않은 정책 시행으로 농업 예산이 균형있게 쓰이지 못하는 점도 우려했다. 한농연은 “쌀에 대한 과도한 재정 집중은 결국 타 품목에 대한 투자 축소로 이어져 품목 간 갈등과 농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내년 농업예산에 전략작물직불과 논타작물재배지원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효과를 면밀히 점검한 후 법률 개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