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넉달째 0%대인데…채소·과일·고기 밥상물가는 ‘쑥’(종합)

원다연 기자I 2021.02.02 09:59:29

통계청 1월 소비자물가 동향, 전년대비 0.6% 상승 그쳐
장마에 생산량 감소·코로나 수요 늘며 농축수산물 10%↑
"설 물가부담 가중하지 않도록 성수품 공급량 확대 역점“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한 대형마트에서 농축수산물 선물세트가 판매되고 있다.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이명철 기자] 지난달에도 소비자물가의 전년동월대비 상승폭은 0%대에 머물러 저물가 기조를 이어갔다. 코로나19 3차 확산 여파로 외식 등 서비스 분야의 상승폭이 둔화했고 공업제품과 전기·가스 등의 가격이 내려간 영향이다. 하지만 채소와 육류 등 농축산물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하며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 부담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전년동월대비 0.6%↑…4개월 연속 0%대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79로 0.6%(전년동월대비)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0%대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 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는 0.9% 올라 전월과 동일한 상승폭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 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0.4% 올라 전월보다 상승세가 0.1%포인트 깎였다.

소비자물가 조사 품목 중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품목으로 구성한 생활물가는 0.3% 올라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식품 이외 품목이 1.6% 올랐지만 식품이 3.8% 오르면서 체감 물가를 끌어올렸다.

기상여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신선식품의 경우 9.2% 올랐다. 신선식품은 지난해 9월 21.5% 급등한 후 12월까지 4개월 연속 두자릿수대 상승폭을 이어가기도 했다. 신선과실이 20.5% 올랐고 신선어개(생선·해산물, 3.6%)와 신선채소(3.0%)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주거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얻는 서비스에 지불한 비용 등을 포함한 자가주거비포함지수는 0.7% 올랐다.

지출목적별로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가 6.5% 올랐고 기타 상품·서비스(2.0%), 가정용품·가사서비스(1.2%), 보건(1.0%), 음식·숙박(0.9%) 등이 상승했다.

교육(-2.9%), 교통(-2.9%), 통신(-1.3%), 오락·문화(-0.8%)는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고 외출이 줄면서 관련 서비스 물가 또한 내려간 것으로 풀이된다.

(자료=통계청)
◇집중호우에 코로나 집밥수요까지…농축수산물 10% 껑충

품목성질별로는 상품이 0.9%, 서비스 0.4% 각각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은 10.0% 올라 지난해 11월(11.1%) 이후 2개월만에 다시 10%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채소를 포함한 농산물은 11.2%, 축산물 11.5% 올랐다.

공업제품은 석유류(-8.6%)가 크게 떨어지며 0.6% 하락했다. 전기·수도·가스도 전기료 요금체계 변경에 따른 연료비 조정 요금 등의 영향에 5.0% 내렸다. 서비스 중 집세는 0.7%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연초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에 1.5% 올랐지만 외식(0.5%)은 0%대 상승에 그쳤다. 공공서비스는 2.1% 하락했다.

주요 품목별로 봐도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긴 장마로 생산량이 부진했던 파(76.9%), 양파(60.3%)가 급등했고 사과(45.5%), 고춧가루(34.4%) 등도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돼지고기는 18.0%, 국산쇠고기 10.0% 각각 올랐고 AI 확산 여파에 달걀값은 15.2% 상승했다. 배추(-36.6%), 무(-35.3%), 토마토(-8.8%) 등은 하락했다.

공업제품 중에서는 기능성화장품이 7.2%, 수입승용차 2.6% 각각 상승했고 휘발유(-8.0%), 경유(-11.2%), 등유(-10.5%), 대형승용차(-1.7%) 등은 내렸다.

이정현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농산물의 경우 배추·무 등 채소류가 양호한 기상여건으로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한파·폭설 등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상승했다”며 “과실도 작황이 좋지 않아 올랐고 축산물은 집밥 수요 증가와 전년도 기저효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공업제품 중에서는 기능성화장품이 7.2%, 수입승용차 2.6% 각각 상승했고 휘발유(-8.0%), 경유(-11.2%), 등유(-10.5%), 대형승용차(-1.7%) 등은 내렸다. 도시가스와 전기료는 각각 10.3%, 2.1% 떨어졌고 집세 중 전세는 1.0%, 월세 0.4% 각각 오르며 지난 5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공공서비스 중 무상교육 영향으로 고등학교납입금은 93.3% 내렸고 외래진료비와 국제항공료는 각각 1.8%, 8.0% 올랐다. 개인서비스 중에서는 공동주택관리비(6.7%), 보험서비스료(8.1%), 중학생학원비(1.8%) 등이 오르고 해외단체여행비(-5.4%), 학교급식비(-51.3%), 호텔숙박료(-9.8%) 등은 내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기요금 인하 등 정책 하방 요인에도 AI 확산·작황부진 등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상승하며 오름폭이 소폭 확대됐다”며 “이달 소비자물가는 지난달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코로나19 전개양상, 국제유가 흐름, 기상여건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정부는 특히 설을 앞두고 서민 물가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주요 성수품을 중심으로 공급량 확대에 역점을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