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세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온 신형 말리부는 디자인과 패키징 그리고 가격 등의 호평을 받으며 중형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있다. 한층 커진 차체와 풍부한 편의 및 안전 사양을 갖춘 올 뉴 말리부는 분명 첫인상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어떨까? 조금 더 오랜 시간 말리부와 함게 시간을 보내며 그 매력을 살펴보기로 했다.
말리부에 대한 이야기들
올 뉴 말리부 롱 텀 시승기를 시작하고 6월에 접어들자 올 뉴 말리부의 폭발적인 인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올 뉴 말리부 구매자 수는 2만 명에 육박한 것이다. 게다가 국내 실정과는 거리다 멀다는 평가를 받아온 2.0L 터보 모델의 비중과 19인치 알로이 휠 선택 비율이 높아지며 차량 공급이 다소 늦어진다는 소식까지 겹쳐진 것이다.
주변 사람들 역시 올 뉴 말리부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동급의 경쟁 모델과 비교부터 시작해 차량 구매 방법에 대한 질문, 그리고 차량을 조금이라도 빨리 받을 수 있는 방법 등을 물어보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쉽게 찾아온 기회가 아닌 만큼 한국지엠은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꾸준한 공급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된 것 같다.
롱 텀 시승기를 준비하며 가장 기대했던 테스트가 있다면 바로 서킷 주행이었다. 기자가 주행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의견을 듣는것도 좋을것 같아서 전문 드라이버들을 초청해 동급 경쟁 모델들과 테스트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전에 ‘올 뉴 말리부로만 서킷을 달려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결정하게 된 것이다. 과연 올 뉴 말리부는 서킷 위에서 어떤 주행을 선사할 수 있을까?
사실 인제스피디움을 달리기 전 와인딩 코스에서 올 뉴 말리부의 달리기 실력을 잠시 확인할 수 있었다. 와인딩 코스에서 올 뉴 말리부는 2.0L 터보 엔진의 출력과 견고한 섀시 그리고 풍부한 경험이 느껴지는 세련되면서도 탄탄한 드라이빙 감각을 제공하는 서스펜션의 조합은 말리부를 중형 세단이 아닌 스포츠 세단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과연 인제스피디움에선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미 그 강력함을 알린 2.0L 터보 엔진은 인제스피디움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듯 하다. 253마력, 36.0kg.m의 토크를 바탕으로 올 뉴 말리부는 매서운 속도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의 인제스피다움 1번 코너를 향해 가속했다. 엔진 회전 반응과 감각적으로 전해지는 질감도 무척 매끄러워 차량 안에서 상황을 분석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기본적인 가속 성능이 좋은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막상 서킷이라는 실전에서도 위력 시위에 나선 것이다. 단순히 엔진만이 아니라 19인치 휠 타이어도 한 몫 한다. 다양한 상화에서 주행 성능의 구현자고 하는 의지다. 비교적 넓은 트레드와 컨티넨탈 사의 프로 컨텍트 역시 엔진의 출력을 노면에 확실히 전달했다. 다만 1.5 터보 모델은 킥다운이 빈번했는데, 이와달리 불필요한 변속을 줄이면서 넉넉한 토크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가속하는 것이 기본적인 세팅이다.
물론, 차만 놓고 본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차는 패밀리 세단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납득할 수준이다. 게다가 수동 모드가 지원되기 때문에 엄지 손가락으로 내가 원하는 기어를 선택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전작의 시승기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패들 쉬프트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참, 이전 말리부는 기어 레버를 L로 옮기면 레버가 상당히 뒤로 위치해서 팔을 뒤로 뻗는게 어색했었는데, 이번에는 기어 레버의 L 위치를 앞으로 당겨서 어색하거나 불편함은 많이 줄었다.
가속과 감속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서킷은 ‘코너’에서 승부를 결정 짓는다. 와인딩 주행에서 단단함을 느끼게 했던 올 뉴 말리부가 서킷에서도 호기롭게 달리기 시작했다. 인제스피디움의 횡G를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구간과 연속된 조향이 필요한 S자 연속 저속 구간 등 난이도 높은 구간들이 올 뉴 말리부를 기다렸다.
수 차례 코너를 공략하며 기대 이상의 부드러움과 안락함이 느껴졌다. 와인딩 코스에서는 언더스티어의 억제도 느껴졌고 부드러움 속의 단단함도 느껴졌는데, 차량의 한계까지 끌어내야 하는 서킷에 오니 또 다른 모습이 느껴진 것이다. 실제로 코너를 돌 때에는 생각보다 큰 롤링이 느껴져 조금 더 단단하게 조여진 느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이러한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고속 주행 후 저속 코너링을 할 때 극명하게 드러다는데, 강력한 브레이킹 후 턴인을 하는 순간 생각보다 전륜 서스펜션이 깊게 가라앉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일상 주행에서 잘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댐퍼의 스트로크가 길고 부드러워서 깊게 눌리는 느낌이지만 복원은 빠른 편이라서 재가속을 하는데 뜸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약간의 주행 실수가 있었어도 허둥거리지 않고 정상 주행이 가능했다.
사실 올 뉴 말리부의 전체적인 소감을 설명한다면 ‘완벽하지 않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 특히 ‘캐딜락 2.0L 터보 엔진’을 앞세웠던 것에 비하면 2.0 터보 모델이 어떤 이점이 있고, 기존 모델 대비 어떤 차별화 요소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엔진 외에 특별한 것이 없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되니 인제스피디움에서 캐딜락으로 생동감 넘치는 주행을 해봤던 기억이 떠오르며 ‘왜말리부는 이렇게 달리지 못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같은 엔진을 사용한 캐딜락 ATS나 CTS의 경우에는 스포츠성을 강조한 모델이며 말리부는 패밀리 세단이라는 성향의 차이는 분명하다. 하지만 엄청난 계약 대수를 자랑하는 말리부이기 때문에 다양한 성향의 오너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저런 복합적인 생각속에 스포츠 서스펜션 패키지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제조사의 스포츠 패키지가 있다면 물론 환영할 일이겠지만 자동차 매니아라면 애프터 마켓용 서스펜션의 튜닝도 생각할만하다. 그렇다면 253마력의 출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본격적인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역할도 가능할 것이다.
패밀리 세단인 말리부로 서킷을 달리는 건 차량의 성격을 확실하게 이행한 행동은 아닐 것이다. 애초 올 뉴 말리부가 추구한 건 컴포트 세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강도 섀시나 뛰어난 브레이크 시스템 등 와인딩 로드에서 시승했을 때의 좋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서킷까지 가져왔다. 실제로 서킷에서도 말리부는 브레이크, 조향 반응, 가속성능등의 뛰어난 요소들로 인해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다.
물론 ‘말리부의 스포츠 세단화’를 원하며 브랜드가 약간의 퍼포먼스 킷을 선보이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애프터 마켓 시장의 힘을 빌리는 거도 방법일 것이다. 특이 신윤재가 지적 했듯 지나치게 승차감 중심의 셋업 대신 댐핑 스트로크가 짧고 조금 더 단단한 댐핑의 서스펜션을 장착한다면 그것 만으로도 분명 매력적인 주행을 선사하는 ‘범용적인 스포츠 데산으로서의 말리부’가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