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동양그룹이 지주회사격인 동양메이저(001520)에 닥친 재무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또다시 계열사 지분을 콜옵션(Call Option) 방식으로 매각한다.
동양그룹은 지난 2000년초 동양메이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동양시멘트 지분을 같은 콜옵션 방식을 통해 매각한 후 2년후 그룹의 경영상황이 호전되면서 지분을 재인수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최근 동양메이저가 또다시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처했고, 금융계열사인 동양생명보험을 활용한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주력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내주지 않으면서 재무적 투자자에게 지분을 매각한 후 그룹의 자금상황이 호전됐을 때 다시 재인수하는 동양그룹의 구조조정 방식이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동양생명 지분 46.5% 9000억에 매각
동양그룹은 보고펀드와 동양생명 지분매각 계약을 지난 12일 체결했다. 동양그룹은 동양종합금융증권, 동양파이낸셜, 동양캐피탈 등이 보유하고 있는 동양생명 지분 중 46.5%를 주당 1만8000원에 매각해 약 9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
동양그룹은 이번 지분매각을 통한 유동성을 동양메이저의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해 가장 시급한 자본잠식 탈출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동양메이저는 지난 6월말 현재 80%대의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간데 이어 9월말 현재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8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동양그룹은 이번에 보고펀드에 동양생명 지분을 넘기면서 매각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기 때문에 4년내 지분을 되살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따라서 동양그룹은 콜옵션을 활용해 향후 동양생명을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다.
동양그룹의 콜옵션 부여를 통한 계열사 지분매각은 과거 동양시멘트를 통해 활용된 바 있다.
동양그룹은 지난 2001년에는 동양메이저가 보유한 동양시멘트 지분 25%(250만주)를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자회사인 LH홀딩스에 1375억원에 매각했던 경험이 있다. 이어 2003년 LH홀딩스의 동양시멘트 보유지분 25%를 1643억원에 재인수해 동양시멘트 지분 82%를 다시 보유하게 됐다.
동양메이저는 지난 2004년 부채비율이 1238%로 높아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를 맺고 2005년부터 자산매각 등 자구계획을 실행하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06년에는 동양시멘트 지분 49.9%를 미국계 펀드인 PK2에 2245억원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으며, 2007년말에는 부채비율을 220%대로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한일합섬 인수에 따라 부채비율이 높아진 데 이어 시멘트업황 침체에 따른 이익 악화로 단기성 차입금도 증가해 올 상반기 부채비율이 다시 500%대로 증가했고, 과다한 금융비용도 발생해 자본잠식에 빠져 또다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동양그룹은 이번에 보고펀드에 동양생명 지분을 매각하는 동시에 계열사인 동양종금증권이 보고펀드에 1800억원을 출자키로 해 상호 협력관계를 유지키로 했다.
◇ 동양메이저, 지주회사 전환 일환
동양그룹은 이번 동양메이저의 경영 정상화 대책을 시작으로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양시멘트, 동양매직, 동양시스템즈 등 제조부문과 동양종금증권, 동양생명보험, 동양파이낸셜 등 금융부문을 막라한 회사의 통합 및 분할을 통해 그룹의 미래성장을 견고히 할 수 있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변환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동양메이저를 정상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한 재무구조 개선대책으로 액면가를 기존 5000원에서 500원으로 감액하는 90% 감자를 실시하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키로 했다.
또한 동양메이저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유가증권 등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자체적으로 약 2400억원의 현금을 창출하는 등 내년 1월중 자산매각을 통한 현금 유동성 확충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동양메이저는 지주회사로 가기 위해 여러가지 문제들을 해결중"이라며 "1단계로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지주회사 기반을 마련한 후 2단계로 수익성 창출을 위한 그룹차원의 구조조정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비상장 계열사 동양레저 역할 `주목`
동양그룹의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동양메이저의 최대주주인 동양레저의 역할도 주목된다.
동양레저는 동양캐피탈이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현재현 회장과 현 회장의 아들인 승담씨도 30%와 20%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골프장 관리전문 비상장 계열사다. 동양레저는 동양메이저(지분율 19.35%), 동양종금증권(15.68%), 동양매직(11.36%) 등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중이다.
금융계열사는 출자제한을 받기 때문에 그동안 동양메이저가 위기를 겪으면 비상장 계열사인 동양레저가 가장 적극적으로 유상증자 지분을 인수해 왔다. 이로 인해 동양레저는 동양메이저에 대해 현재현 회장의 지분률(10.2%)을 제치고 최대주주의 지위에 있는 상황이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동양메이저에 대한 유상증자에 어느 계열사가 어느정도 규모로 참여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일단 자본감자에 대한 절차를 마무리한 다음에 계열사별 참여규모가 구체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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