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좌동욱기자] 지난달까지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던 황영기 전(前) KB금융지주회장(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및 우리은행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논란이 국회에서 다시 재연되고 있다.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임시절 대규모 파생상품 투자에 나설 때 금융당국이 방관하다시피해 결과적으로 투자 손실이 불어났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책임론은 다음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진행될 국정감사에서도 `핵심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진행한 국회 정무위원회가 개최한 국정감사에서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2005년 6월21일 우리은행 상근감사위원이 감사의견서를 통해 당시 CDO(부채담보부증권) 투자의 문제점을 경고했다"며 "당시 상근감사의 지적사항만 잘 챙겨서 조취를 취했더라도 13억달러에 이르는 투자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예보에 따르면 상근감사위원의 지적이 있기 전 CDO 투자는 3건 55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2005년 6월 이후 CDO, CDS(신용디폴트스와프) 투자는 75건 16억5700만달러로 불어났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도 "우리은행의 부실경영은 과도한 성과를 내려한 황 전 회장에게서 비롯됐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감시·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예금보험공사에 있다"고 비난했다.
현경병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을 받아온 사실상의 정부 소유 금융기관"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신중하고 보수적인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국감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2008년 4분기 MOU 점검결과가 예보위에 보고·제출되기까지 217일이 소요됐다"며 "이는 2005년 이후 MOU 점검 평균 소요기간인 49일보다 4배 이상 초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보는 2008년 4분기 점검을 통해 황 회장에 대해 `3개월 직무정지`에 상당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는 "우리은행 CDO·CDS 투자 손실이 현실화된 2007년 3분기 이전까지 신용파생상품 투자에 대한 MOU 점검은 전무했다"며 "우리은행에 대한 MOU 점검는 원칙도 없는 책임회피용 눈치보기 제재"라고 질타했다.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도 "우리은행 파생상품 손실은 황영기 전 행장만이 책임질 사안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보가 CDO, CDS 투자와 관련해 우리은행으로부터 제대로 보고받지 않은 점 ▲2005년부터 재경부(現 기획재정부)가 파생상품 투자를 장려했던 점 ▲금감위(現 금감원)이 무리한 투자에 대한 경고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은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를 속속들이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시 우리은행이 정부 눈치를 보다가 손실을 키운 만큼 빨리 민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