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크라 사태 속 기습 무력시위… ‘도발의 일상화’ 우려

이정현 기자I 2022.02.27 15:38:41

27일 동해상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올 8번째 도발
靑, 긴급 NSC 소집 ‘깊은 우려’ ‘엄중 유감’ 표명
미묘한 시기 도발 재개… “4월까지 한반도 긴장감 최고조”

[이데일리 이정현 김호준 기자] 북한이 27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하며 올해 8번째 무력시위에 나섰다.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자제해오다 대선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내외 정세가 혼란한 사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일상적 도발이 이어지며 한반도 평화에 먹구름이 짙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시민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52분쯤 평양시 순안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00km, 고도는 약 620km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사거리 1000~3000㎞)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30일 자강도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한지 28일 만이다.

청와대는 북한이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데 ‘깊은 우려’와 ‘엄중한 유감’을 표명하며 대응에 나섰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오전 9시부터 1시간 10분가량 열린 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에서 원인철 합참의장으로부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동향을 보고받고 안보상황과 대비태세를 점검하며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원 합참의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폴 라캐머라 연합사령관과 화상회의를 통해 상황을 공유했으며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

북한의 도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고 대선이 열흘도 남지 않은 미묘한 시기에 재개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의 관심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몰린데다 남측 정권교체 시기를 맞아 안보의 빈틈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가 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는 대선 정국에 북핵 이슈를 전면으로 끌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북한 외무성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미국의 전횡 탓’이라며 러시아를 두둔한 지 하루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닌 준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도발을 강행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내정 간섭적인 제국주의 행위에 대응해 합법적인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무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의미”라며 “자신들의 국방발전계획에 따라 중단거리 미사일 시험을 하는 것이므로 통상적 자위 조치라는 강변을 이어갈 것”이라 내다봤다.

북한이 대선 전까지 한두 차례 더 미사일 발사를 진행하는 등 ‘도발의 일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기도 한다. 특히 한미군사훈련과 태양절(4월15일) 열병식이 예정된 4월에 한반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대선 즈음부터 태양절까지 약 한 달간 집중적으로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가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북미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며 남북대화 재개 역시 단기간 내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대선이 맞물린 가운데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가 시급하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나 평화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하면서도 절제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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