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새누리당 비주류(비박근혜계)가 30여명 규모의 집단탈당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여권 잠룡 중 선두를 달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시점에 맞춰 거취 결단을 하려는 기류가 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개혁보수신당’이냐, 반 총장을 주축으로 한 제3지대냐를 놓고 저울질을 하는 모양새다.
충청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탈당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다. 반 총장과 행보를 같이 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반 총장 사람으로 분류되는 성일종 의원 측은 25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정진석 전 원내대표도 입장을 밝혔듯이 반 총장이 오는 시점에 같이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정 전 원내대표는 탈당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반 총장이 귀국하기 전에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고 했다.
오는 27일 탈당하기로 결의한 의원들도 망설이는 분위기다.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전 최고위원은 “일단 27일에는 탈당을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지역구에서 여론을 수렴하고 있고 무엇보다 당내에서 개혁을 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박순자(경기 안산단원을) 의원도 “지역구의 민심을 청취하고 있고 아직은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했다.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은 “어제(24일) 지역구에 내려왔는데 반대하는 여론이 좀 있어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길부·심재철·윤한홍 의원 등도 이 같은 이유로 1차 탈당 대열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탈당이 확실한 한 의원은 “1차 탈당은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정도면 큰 성과”라며 “향후 반 총장이 개혁보수신당에 들어올 시점에 2차로 탈당할 의원들이 생겨날 것이다. 때가 되면 연대전술로 정권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여권에서 반 총장을 빼면 지지율이 얼마 나오지 않지만 신당이 만들어지면 20%라는 유의미한 지지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조기 대선을 치르는 분위기에서 지금은 차기 유력 대선주자에게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유 전 원내대표와 반 총장 중 누가 승산이 있을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반 총장이 새누리당에 들어가거나 독자 행보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반 총장은 친박근혜계와 선을 긋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일 고별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에 입당해 재건하고 분열을 치유하겠다는 생각을 해봤느냐”는 질문에 “국민이 선정(善政)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 느끼고 있다”며 “국민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우려와 실망감, 좌절감은 현재 정치를 하고 계신 분에 대한 여러 불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SUNDAY 의뢰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22일~23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이 어느 정당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2.7%가 개혁보수신당을 꼽았다. 새누리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응답은 19.0%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