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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빠진 삼환기업

신상건 기자I 2014.10.08 10:48:38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삼환기업(000360)이 최용권(사진) 회장의 4500억원 비자금 조성 여부를 둘러싼 남매간 법적 싸움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해외 사업 수주 과정에서 일부 자산을 빼돌려 은닉 재산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해외 비자금 수사로 확대될 경우 삼환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다. 삼환기업은 지난해 1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조기 졸업했다.

◇회장 여동생, 해외 비자금 조성 혐의로 고소

8일 검찰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여동생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최 회장이 45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 고소장에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와 외국환거래법 위반. 조세 포탈 혐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여동생은 2012년 최종환 전 회장이 숨진 뒤 재산분배 과정에서 최 회장과 마찰을 빚은 뒤 최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동생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뒷받침할 자료를 수집해 검찰에 넘기고 있어 추가 폭로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선 지난해 최 회장은 건설 현장별로 비자금을 조성해 수백억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받았다. 배임 혐의로만 기소됐고 올해 초 집행유예를 받았다.

삼환기업 측은 여동생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며 유산 상속을 더 받기 위한 압박카드라는 입장이다. 삼환기업 관계자는 “여동생은 이복동생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다”며 “검찰에 제출한 자료 역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법적 싸움이 길어지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삼환기업에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환기업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2637억원이며 영업이익은 13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9043%에 달한다. 삼환기업은 2011년 704억원, 2012년 110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12년 7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가 법정관리로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악순환이 반복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데 이번 소송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 차명계좌 만든 혐의로 검찰에 추가 고발

노동조합마저 이 사건과 관련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삼환기업을 사면초가에 빠트리고 있다. 특히 삼환기업 노조는 최 회장이 기업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선친의 퇴직금 5억원을 불법적으로 받아가는 등 잘못에 대한 뉘우침이 전혀 없다며 괘씸하다는 반응이다.

노조 관계자는 “최 회장이 보유했던 회사채 40억원을 법정관리 돌입 때 회생채권에 포함하기 위해 경영진을 이용해 채권단을 속이고 개인회사인 리온기업 명의로 청구하는 불법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행법상 1년 이상 보유했던 채권을 본인이 회생채권으로 청구 때에는 불법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본인 또는 특수관계인이 실소유주인 리온기업에 채권을 양도해 청구하게 되면 마땅히 부인됐어야 하나 불법적으로 시인하게 해 기업에 손실을 주는 배임행위와 탈세행위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또 최 회장에 대한 여동생의 소송이 이번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과거 노조에서 최 회장의 비자금과 차명계좌에 대한 고발을 했을 때 최 회장 자신이 만든 비자금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거짓으로 증언한 데 분개해 선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망자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진행한 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국세청에서는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고 얼마 안 되는 세금추징으로 사건을 마무리 했다”며 “검찰도 국세청과 최 회장 측근들의 진술만 듣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비자금을 만들었던 현장관리로부터 비자금 형성 방법까지 재차 확인했던 게 무혐의가 돼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며 “결국 명예훼손 혐의 또한 성립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삼환기업 노조는 또 최 회장의 해외 비자금 형성은 과거 기업 내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20년 이상 아무런 업무도 없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지사와 일본 동경지사를 유지한 이유가 최 회장의 해외 비자금 관리 때문이라고 모든 임직원이 추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최 회장이 회사 보유의 다른 회사 주식을 불법적으로 매각해 수십억원대의 차명계좌를 만든 증거가 포착돼 서울중앙지검에 추가로 고발한 상태”라며 “검찰이 진실을 외면하고 방임한다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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