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이하로 떨어진 가격에 신음하던 D램 업계가 반기를 들었다. 공급이 줄어드는 분위기와 맞물려 주요 고객인 PC 업체를 상대로 대대적인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한달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발표하던 고정거래가격을 이달 초 고시하지 못했다.
D램익스체인지가 D램 고정거래가격을 내지 않은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D램 가격이 안 나온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D램 업체와 PC 업체간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고정거래가격이 형성되지 못했다.
대만을 중심으로 한 D램 업체들이 7~10%의 D램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도 가격 인상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D램익스체인지는 "아직 수요가 많지는 않지만, D램 업체들이 더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를 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PC 업체는 D램 업계의 인상 요구폭이 너무 크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D램 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다.
D램 업계는 그간 가격이 너무 낮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지난 2010년 10월 4.34달러였던 DDR3 2Gb D램 가격은 지난해 말 1달러에도 못 미치는 0.88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그 사이 삼성전자의 메모리사업 매출액은 2010년 25조8321억원에서 지난해 22조7046억원으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9% 급감했으며, 일본 엘피다는 급기야 파산했다. 대만 업체들은 일제히 감산에 나서는 중이다.
D램 업계는 최근의 D램 가격의 반등 조짐을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엘피다의 파산으로 공급이 다소 줄어들자 D램 업계의 가격 기대치는 더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PC 업체도 D램 가격 인상폭이 문제이지 더 올려준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면서 "D램 업계가 견디기 힘들 정도의 불황에서는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최도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PC 업체들이 신학기 수요를 대비해 재고를 쌓기 시작하는 등 수요도 차츰 나아지는 분위기"라면서 "다음달부터는 D램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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