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중심 상하이(上海)에 아파트 분양가 할인 바람이 일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할인 폭이 큰 곳은 반값에 가까운 40%에 이르고 있다. 분양업체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텔레마케팅을 통해 마구잡이식으로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다. 외국인인 기자에게도 지난 한 주간 총 9건의 아파트 분양 관련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대형 개발업체들이 속속 할인행사에 나서면서 `치저(7折, 30%할인) 군단`이라며 비꼬는 신조어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건설업체들의 움직임은 전국적 집값 하락의 조짐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 업계의 관측이다.
25일 현지 부동산 업계 및 언론에 따르면 지난 주 상하이 시내 룽후리청(龍湖郦城), 중하이위징시안(中海御景熙岸) 등 대규모 분양 단지들이 분양가 인하 행사를 시작했다. 이들 단지의 분양가 할인 폭은 작게는 20%에서 크게는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중국 서부 충칭(重慶)이나 동부 연안 산둥성 칭다오(靑島)에서 나타난 8~10% 분양가 할인보다 훨씬 큰 폭. 부동산업체 중팡신(中房信)그룹 쉐젠슝(薛建雄) 애널리스트는 이를 두고 "속도나 강도가 모두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상해증권보(上海證券報)는 이날 이처럼 공공연히 가격을 인하한 단지는 많지 않지만 대부분의 아파트단지 개발업체들이 남몰래 분양아파트를 싼 값에 내다팔고 있다고 보도했다.
1900년대 초 유럽풍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찾는 와이탄(外灘) 지역에서 고급 아파트를 판매하는 대리업체 관계자는 "2~3층의 경우 1㎡당 분양가를 8만위안(1416만원)선으로 낮춰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원래 1㎡당 9만~12만위안으로 분양가를 잡았었다.
이 관계자는 "먼저 분양 받은 사람들의 반발이 우려돼 전체적으로 가격 인하 행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업체들이 당장 공사대금이나 금융비용을 대기 위해 일시적으로 특가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할인 분양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이미 이보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계약한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
상하이 자딩(嘉定)구 뤼디추샤팡(綠地秋霞坊) 단지의 경우 지난 주부터 이 단지 개발상이 미분양분에 대해 분양가 할인행사를 진행하자 지난 22일 입주자 100여명이 모델하우스를 점거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분양가 할인으로 많게는 50만위안의 손실을 입게됐다는 것이 성난 입주자들의 주장이었다.
이 같은 상하이의 분양가 할인 바람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과 통화 긴축에 따른 것이지만, 전국적 집값 하락의 시작을 알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와 주목받고 있다.
상하이 외에도 베이징(北京) 선전(深圳) 광저우(廣州) 등 주요 도시들에서 분양가 할인 행사가 점차 늘고 있다. 부촌인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경우 새로 분양하는 단지들이 주변 신규단지보다 10~20% 낮게 분양가를 책정하고 있다.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규 주택의 분양가 할인은 기존 주택 매매가 하락에도 조금씩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상하이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집값 하락이 연말을 지나면서 2~3선 도시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