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진료만 받는 환자의 본인부담율은 높아지지 않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다른 병이 있는지를 검사할 경우에는 부담이 커져 검사 기피로 자칫 병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 종합전문병원(대학병원 등 3차의료기관)의 외래환자 본인부담율을 현행 50%에서 60%로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복지부는 추진배경에 대해 "감기 등 경증환자의 대형병원 이용량이 많아 외래진료비 부담이 높아지고, 의료자원 활용의 비효율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이번 본인부담율 조정으로 연간 800억원의 건강보험재정이 절감돼 저소득층지원 등에 사용할 수 있고, 대형병원을 중증환자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 단순 감기환자 진료비는 `그대로`
하지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치로 감기환자를 비롯한 경증 외래환자들의 수가 줄어들기 힘들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경증환자의 본인부담금에는 별다른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의 외래환자 본인부담금 산정방식은 `진찰료(초진 기준 1만6200원)+(비용요양급여비용 총액-진찰료) × 50/100`이다. 개정안이 발효될 경우에는 `진찰료+(요양급여비용 총액-진찰료) × 60/100`으로 변경된다. `요양급여비용 총액`이란 진찰료를 포함한 전체 진료비를 뜻한다.
결국, 본인부담금은 의사 진찰료 이외 비용(검사비용 등)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개정안이 발효된다해도 의사 진료만 받으면 본인부담은 그대로, 검사를 받아야 본인부담이 높아지는 셈이다.
◇ 검사 회피 `병 키울라`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복지부의 이번 정책 때문에 환자들이 작은 병을 더 큰 병으로 키울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관계자는 "이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진료 수가가 올라가는 것이 아닌 만큼 병원 입장에서는 득이 될 것이 없다"며 "하지만, 고가의 진단 장비를 이용해 검사를 받아야 하는 환자라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병원의 관계자는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더 큰 병이 있는지를 검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높아진 검사비 부담 때문에 이를 외면하지는 않을는지 걱정"이라며 "작은 병을 오히려 더 크게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이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종합병원의 기본 진찰료를 인상하고 그 대신 검사비를 낮추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감기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항생제 투약, 검사가 포함된)진료를 받는 경우 3만793원의 비용이 들지만, 개정안이 발효된 후에는 3만3675원으로 인상된다"며 "감기환자의 전체 진료비가 약 10%가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의사의 진료만 받고 가는 경증환자들의 진료비에 변동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기본 진찰료 인상 등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한 후 경증환자들이 1·2차의료기관(의원·중소병원)에서 진료받로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인터넷으로 자원봉사 일감 찾자!
☞복지부, 의료기관 `부당청구-허위청구` 구분키로
☞실직자, 최대 1년까지 직장건강보험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