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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은 비상임, 직원은 선거철 대거 휴직…권한만 갖고 책임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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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나 기자I 2026.06.10 06:01:02

소쿠리 투표·용지 부족 사고...관리·감독 허점
전문가들 "상임화·독립 감사 체계 구축 시급"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 운영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2년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을 비롯해 채용 비리, 투표용지 관리 부실 등 각종 사고가 반복되면서 단순한 실무 착오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적 문제 지적...“책임 강화 위해 상임 체제로 전환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특정 직원의 실수나 일회성 사고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독립성을 보장받는 헌법기관이라는 특성 속에서 책임성과 내부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독립성이 오히려 관리 부실과 책임 회피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구조의 문제”라며 “최고 책임자가 사실상 상시적으로 조직을 관리·감독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적인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앙선관위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지만 대법관이 겸직하는 위원장을 비롯해 대부분이 비상임 체제로 운영된다. 선거 업무를 총괄하는 위원들이 상시적으로 조직을 관리하지 않는 만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내부 통제도 느슨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 교수는 “주인 없는 기업이 방만하게 운영되는 것과 비슷한 문제”라며 “위원장뿐 아니라 위원 전원을 상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소한 선거 관리를 총괄하고 책임지는 선관위원장 정도는 상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선거 업무 경험이나 인식이 부족한 대법관이 겸직하는 현재 구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시민들이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 피켓이 붙여져 있다. (사진=뉴스1)
선거가 상시적으로 치러지지 않는 점도 구조적 취약점으로 꼽힌다. 매년 선거가 치러지지 않다 보니 선거관리 경험과 노하우가 조직 내부에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선관위 직원들도 수년 만에 선거를 치르는 경우가 많고 선거 때마다 지방공무원을 대거 차출해 운영하는 구조”라며 “정기적인 교육과 모의훈련을 통해 선거 관리 역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관위가 본연의 선거관리기관보다 선거운동 감시기관으로 변질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교수는 “공직선거법상 각종 규제와 처벌 조항이 늘어나면서 선관위의 권한이 과도하게 확대됐다”며 “선거관리 행정보다 선거운동 감시에 조직 역량이 집중되는 구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립 감사기구 실효성 높여야”...외부 통제 강화 필요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 기관인 만큼 독립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직접 감사할 경우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취지다.

결국 감사원 직무감찰 허용이나 헌법기관 지위 변경은 개헌이 필요한 사안인만큼 당장 실현 가능성은 낮다. 이에 따라 외부 전문가 중심의 독립 감사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 교수는 “개헌 없이도 선관위법 개정을 통해 외부 감사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감사원이 직접 감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감사 자원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2023년 채용비리 논란 이후 선관위는 외부 개방형 감사관을 도입하고 외부 인사로 꾸려진 감사위원회를 설치했다. 하지만 내부감사 결과를 비공개하고, 감사위원회 위원을 최종 임명하는 권한도 중앙선관위원장에게 있어 완전한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현재 운영 중인 외부위원 참여 감사체계를 법률상 독립 감사위원회로 격상하고 외부위원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보다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거철마다 휴직자가 급증하는 현상 역시 조직 기강 해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선거가 없었던 2021년 2월 휴직자는 84명이었지만 대선과 지방선거가 겹쳤던 2022년 6월에는 226명으로 늘었다. 이어 조기 대선이 확실시되던 2025년 2월 휴직자 수는 131명, 지방선거가 예정된 2026년 5월 휴직자 수는 17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소쿠리 투표 이후에도 채용 비리와 관리 부실이 반복된 것은 특정 인사의 사퇴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앙선관위원 전원에 대한 책임 규명과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 규명 이후 상임위원 체제 확대와 사무총장·위원 간 상호 견제 시스템 구축 등 제도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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