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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PF 부실 공포…농협보다 연체율 158배

최훈길 기자I 2023.07.20 12:19:45

1분기까지 증권사 대출 5조3천억, 연체율 15.88%
은행 0%, 상호금융 0.1%, 보험 0.66%보다 커
증권사 무리한 대출에 부동산 침체까지 겹쳐
여당도 우려 “증권사 선제적 채무조정 필요”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졌다. 증권사 PF 대출 연체율이 농협 등 상호금융보다 150배 넘는 수준에 달했다. 증권사의 무리한 대출과 부동산 침체가 겹쳐 시장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양상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부동산PF 대출 관련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국내 증권사의 대출 잔액은 5조3000억원, 연체율은 15.88%로 집계됐다. 은행은 0%, 상호금융은 0.1%, 보험은 0.66%, 저축은행은 4.07%, 여신전문금융사는 4.20%였다. 증권사의 연체율이 상호금융보다 158배나 높은 셈이다. 증권사별 연체율은 비공개 됐다.

여의도 증권가가 뿌연 구름으로 휩싸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증권사의 PF 연체율은 부동산 경기가 호조세를 보였던 2019년 말에는 1.3% 수준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2020년 말에는 3.37%, 2021년 말에는 3.71%였다가 작년 말에는 10.38%로 높아졌다. 이어 올해는 1분기 말에 15%대로 급등한 것이다.

전체 금융권의 PF 대출 잔액은 올해 3월 말 131조6000억원에 달했다. 2021년 말(112조6000억원)보다 1년여 만에 19조원 증가했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020년 말까지 100조원을 밑돌았는데 이후로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에 연체율도 0.37%에서 2.01%로 증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부실 우려 수준을 보여주는 ‘고정이하 자산 비율’은 올해 3월말 기준으로 20대 주요 증권사 중 하이투자증권이 7.1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유진투자증권(001200) 6.17%, 신한투자증권 3.59%, 현대차증권(001500) 2.96%, BNK투자증권 2.66%순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한국의 PF 대출은 자금 구조가 취약하고 만기 불일치도 상당하다”며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역풍이 계속되고 있어 위험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SK증권은 ‘2023년 수정 전망’ 리포트(윤원태·안영진·강재현·조준기)에서 “현재 한국 경제에서 부동산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내년까지 예정돼 있는 공급 물량과 저조한 분양률, 높은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부동산 시장은 최소 내년에도 보수적 관점을 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대해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일부 시공사나 건설사가 어려움에 직면하겠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의원은 “새마을금고의 인출사태에서 보듯 시장은 정부의 대책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일부 증권사의 부실 규모는 임계치를 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선제적 채무조정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3월말 기준, 단위=%. (자료=금융감독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올해 3월말 기준, 단위=%. (자료=금융감독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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