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끝낸 매티스 "트럼프 미국을 분열시키는 대통령"

정다슬 기자I 2020.06.04 10:07:38

트럼프 행정부 첫 국방장관 <디애틀랜틱>에 기고문
"美시위는 미성숙한 리더십의 결과…헌법위반한 것"
"헌법 조롱하는 이들을 거부하라…그래야 美존경받아"
트럼프와의 불화 끝 사임했지만…비판 자제해

△제임스 매티스(왼쪽) 전 국방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정부 첫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국인을 단합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 내 생애에 첫 대통령”이라며 작심비판을 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2018년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방침에 반대하며 사임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 해왔다.

매티스 전 장관은 3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에 보낸 성명서에서 “그는 우리를 분열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매티스 전 장관은 경찰이 흑인을 과잉진압해 사망케 한 사건과 관련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3년 동안 한 노력의 결과”라며 “우리는 성숙한 리더십이 없는 3년의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트럼프) 없이도 시민사회에 내재한 힘을 끌어내서 통합할 수 있다”며 “지난 며칠이 보여줬듯이 이는 쉽지 않겠지만 우리는 우리 동료 시민들과 우리의 약속을 지키려 피흘린 앞 세대, 그리고 우리의 자손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앞 세인트 존 교회를 방문해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시위자들을 향해 최루탄과 섬광탄, 고무탄을 쏜 것과 관련해 “헌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약 50년 전 입대했을 때 헌법을 지지하고 변호하겠다는 맹세를 했다. 이런 군대가 어떤 상황에서도 시민들의 헌법적인 권리를 침해할 것을 명령받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우리는 우리의 도시를 ‘전쟁터’(battle space)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현직 국방장관인 마크 에스퍼를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에스퍼 장관은 주지자들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 현장을 가리켜 “전쟁터”라고 발언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후 그는 3일 자신의 이 표현에 대해서 해명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매우 드문 일이지만 연방군대가 국내에서 활동하는 상황은 반드시 주지사의 요청이 있을 때만 있어야 한다”며 “워싱턴 DC에서 벌어졌듯이 군을 시민사회와 대립시키는 것은 잘못된 분쟁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이어 “전염병은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우리 군대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병원, 식료품점, 우체국 등 많은 미국인들이 동료 시민과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며 “우리는 라파예트 광장(백악관 북쪽에 있는 광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세인트 존 교회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에 대한 진압이 이뤄진 공간)에서 목격한 행정권한을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사무실에 앉아 우리의 헌법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거부해야 한다”며 “새로운 길을 채택(사실, 건국 이념의 원래 길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는 다시 국내·외에서 다시 존경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티스 전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불화는 유명했지만, 매티스 전 장관은 사임 후 대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디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도 “정책 방향에 대한 차이로 자신은 트럼프 행정부를 떠났지만, 그 곳에 남아있는 이들에게 나라를 방어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그들은 여전히 미국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동시에 매티스 전 장관은 “내가 침묵해야 할 기간이 영원하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제프리 골드버그 디아틀랜틱 편집장은 매티스 전 장관의 이 기고문에 대해 “침묵은 끝났다”며 “매티스 전 장관은 지난 주말 자신이 봉사했던 대통령에 의해 미국이 위협받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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