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중국기업列傳]'광군제 잭팟' 마윈 "햇빛 찬란할때 지붕 고쳐야"

김대웅 기자I 2016.11.13 15:02:33
지난 11일 광군제 갈라쇼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사진=바이두).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하루 매출 20조원. 전 세계 최대 가전업계 미국 월풀의 1년 동안의 매출과 맞먹는 규모다.

중국의 거대한 소비 잠재력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폭발하고 있다. 그 중심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에서 또 한번의 ‘잭팟’을 터뜨렸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의 2배가 넘는 거래 규모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세계최대 쇼핑 축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특히 8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기존과 달리 가상현실(VR)과 드론(무인기) 배송 등 최첨단 소비 시스템이 도입돼 더욱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글로벌 톱스타들이 참여한 초대형 갈라쇼가 펼쳐지며 단순히 쇼핑 체험이 아닌 국민적 축제이자 거대한 문화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신(新)문화 창출을 진두지휘해 온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회장의 시선은 여전히 미래를 향해 있다. 그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소비혁명’을 준비 중이다. 마 회장은 “햇살이 가장 찬란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며 전자상거래 시대 이후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 쇼핑전쟁에 대륙이 들썩..1초에 2.4억원 팔려

지난 11일 0시를 기해 14억 인구의 중국이 ‘광클릭’으로 들썩였다. 광군제 행사에서 실시되는 파격적인 할인 행사에서 이른바 ‘득템(아이템 획득)’을 하기 위해 거대한 인구가 밤잠을 잊은 모습이었다. 원하는 제품을 구입한 이들의 환호와 그렇지 못한 이들의 탄성이 교차했다. 거대 인구의 ‘쇼핑 클릭’은 새벽을 지나 아침과 낮, 저녁까지 이어졌다.

광군제 행사를 주도한 알리바바는 이날 0시부터 24시간 동안 매출액이 1207억위안(약 20조6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912억위안(15조5678억원)보다 32% 증가한 규모다.

장융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매출 1000억위안은 타오바오(알리바바의 최대 쇼핑몰)의 지난 2011년 연간 매출액에 달하는 규모”라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불과 5년 전 연간 매출액을 단 19시간 만에 돌파한 것이다. 초당 139만7000위안(약 2억4000만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 문화가 된 광군제..첨단기술의 무대이기도

지난 2009년 시작돼 올해로 8년차를 맞은 이번 광군제는 이전과 달리 단순히 쇼핑 행위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우선 엔터테인먼트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냈다. 소비자 입장에서 단순히 상품을 싸게 살수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고 즐기는 일종의 축제의 장으로 승화한 것이다.

광군제 축하 이벤트에는 마윈 회장을 비롯해 스칼렛 요한슨과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중화권 유명 배우 양조위 등이 참석해 분위기를 달궜다. 전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는 농구공을 들고 나타나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알리바바의 연간 광군제 매출(거래액) 추이.
알리바바는 또 올해 처음으로 홍콩과 대만에서 광군제 이벤트를 열었다. 중국의 각종 매체들은 대형 갈라쇼를 생방송으로 중계하며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1억명 이상이 갈라쇼를 시청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 광군제는 첨단 기술의 경연장이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최근 개발한 VR쇼핑 시스템을 선보였고 알리바바의 경쟁사인 징둥은 드론 배송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알리바바가 개설한 ‘바이 플러스’ 채널은 온라인을 통해 VR쇼핑 체험을 할 수 있게 한다. 지하철에 앉아서도 뉴욕의 맨하튼 거리를 돌면서 쇼핑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알리바바는 또 포켓몬 고 스타일의 증강현실(AR) 쇼핑을 선보였다. 이 앱을 이용하면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인 티몰에 입점한 상점의 실제 오프라인 매장을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알리바바에 이어 업계 2위인 징둥은 군(軍)으로부터 4개성(省)에서 드론 비행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으며 광군제 특수에 대비했다. 징둥은 벽지에 있는 농민들도 드론을 통해 베이징이나 상하이 주민과 같은 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마윈 “포스트 전자상거래 시대 준비 중”

그저 ‘독신자의 날’로 불리며 우리나라의 ‘빼빼로 데이’ 수준이었던 광군제가 이처럼 천지개벽할 만큼 급성장한 비결은 마윈 회장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도 젊은이들과 중산층의 소비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 하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지속해 왔다. 그러면서 단순 파격세일 행사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인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확대시키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이는 중국 당국의 소비부양 의지가 맞물리면서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탄생시켰고 올해 역시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궜다.

마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또 한번의 혁신을 꿈꾸고 있다. 그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 곧 대변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과거 개념의 전자상거래는 곧 사라질 것이며 앞으로는 인터넷 기술과 오프라인 업체, 스마트 물류, 빅데이터 등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업태가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는 내년부터 이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설 예정으로 전자상거래라는 단어도 더 이상 쓰지 않으려 한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설 뜻임을 내비쳤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