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영진 교체는 20년 가까이 신한을 지켜온 라 회장 이후를 준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가볍지 않다.
향후 `포스트 라응찬` 체제에서도 조직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위기를 관리하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야하는, 어찌보면 이율배반적인 두가지 과제를 얼마나 조화롭게 추진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 신상훈 끌고 이백순 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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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순 신한은행장 내정자는 이날 열린 신한금융(055550)지주 이사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된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그룹의 사내 등기이사는 라응찬 회장과 신 행장, 이 내정자 등 3명이 된다.
특히 올해 경영진 인사는 라 회장 이후 후계구도가 어떻게 그려질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신 행장이 지주사 사장으로 이동하면서 향후 신한금융그룹을 이끌어갈 후계자로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초반부터 라 회장과 함께한 1세대 경영진 중 이인호 사장과 이동걸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이 물러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신 행장에게 힘이 모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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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신한금융그룹은 신 행장과 이 내정자, 그리고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 등 `정통 신한맨`을 중심으로 움직여질 전망이다.
◇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사수하라"
라 회장 경영의 근간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절대적인 지지로부터 나온다. 바로 이것이 신한금융의 최대 강점이자 약점으로도 꼽힌다.
15%이상으로 추정되는 재일교포 지분은 그동안 2세대, 3세대로 상속, 증여 등을 거듭하면서 결속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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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행장과 이 내정자가 후계구도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최대주주의 결집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신 행장과 이 내정자는 일본 오사카지점에서 근무하며 핵심 재일교포주주들을 관리해 신임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일교포 지분에만 의존하기 보다 시장의 신뢰를 쌓아가며 전략적인 투자자를 모색하고 우리사주 지분 확대와 같은 대비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신한지주가 그동안 탄탄한 경영을 지속해올 수 있었던 것은 재일교포와 BNP파리바라는 든든한 주주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도 "장기간 유지됐던 주주의 결집력이 떨어지면 한순간에 조직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위기 관리와 성장동력 두마리 토끼 잡기
신한금융그룹은 내실경영과 체질개선에 주력해오고 있다. 새로운 경영진 역시 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건설, 조선 등 구조조정 대상 업종에 대한 익스포져가 비교적 큰 은행 중 하나이고,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신한카드의 경우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감소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번에 외부 인사 영입과 같은 획기적인 조치가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경영방침을 유지하면서 위기 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금융산업 재편과정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신한금융 역시 내실만을 추구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KB금융(105560)지주는 여건만 된다면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나설 태세며, 우리금융지주(053000)는 민영화 이슈가 있고 하나금융지주(086790) 역시 `먹히지 않으려면 먹어야한다`는 입장이다.
신 행장과 이 내정자는 신한금융그룹이 조흥은행과 LG카드로 성장했던 것과 같이 또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을 찾아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환경 변화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외부 인사 영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통 신한맨`을 중시하는 문화는 자칫 외부 변화와 개혁에 둔감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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