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시장, 외국인들에게 맡길 셈인가?

경제부 기자I 2003.08.25 13:33:45
[edaily 김종서기획위원] 2002년도 주식시장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종합주가지수 800포인트 이상에서 2조3825억원을 매수한 반면 800포인트 이하에서 2조81억을 순매도하는 마이너스 게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외국인들은 주가가 600~700포인트로 떨어지면 주식을 사고 800포인트 이상에서 주식을 파는 교과서적인 매매를 통하여 플러스 게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기관투자가의 주식투자 현황 및 매매형태 분석` 자료에 의하면 기관투자가의 시가총액 기준 주식보유 비중은 IMF직전 연도인 1996년 말에 30.7%이었는데 2002년 말 현재 15.9%로 계속 감소하여 절반 이상 축소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생명보험회사나 은행 등에서는 IMF직전 주식보유 비중을 10분의 1로 감축시키고 나서 최고 경영자들은 “이 이상 우리회사는 위험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자랑삼아 말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기관 최고 경영자들이 “주식투자를 위험자산으로 여기고 이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은 결국 한국증권시장을 외국인에게만 내맡기자”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에 맞서 경쟁하지 않겠다면 결국 한국증권시장은 외국인에게만 내맡기는 셈이 되는 것이다. 1998년 5월 25일, 한국 증권시장이 완전 개방되어 외국인투자가 자유로워졌다. 그 후 5년이 지난 지금 시가총액의 3분의 1이상인 35%를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상위 7개 상장사의 절반이상 보유(삼성전자, 국민은행, SK텔레콤, POSCO, KT, 한국전력, 현대차 등)하고 이들 종목은 외국인 총 투자액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수선물ㆍ옵션시장에서의 프로그램매매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 있어 주식시장의 가격변동에 대해 그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외국인들이 종합주가지수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판이다. 물론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많이 보유함에 따라 IMF 직전 바닥이었던 외환보유고가 세계 4위가 되었다. 그렇지만 한국의 증권시장을 외국인에게만 맡긴다면 시장을 통한 국부유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고 외국인이 재벌그룹 지주회사를 적대적 M&A하여 그린메일(높은 가격에 되사주기)을 요청할 수 있어 기업경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국가기간산업의 경영권을 장악하여 국민경제를 아랑곳하지 않고 수익중심의 경영만을 강요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어 이에 대비하여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외국인과의 수익률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국가안보 2003년, 연초 종합주가지수는 635.17P로 출발하여 3월17일, 515.24P까지 23%나 하락하게 되었다. 그런데 원화가치가 절상되면서 환차익을 노린 해외 자금이 대거 유입되어 8월22일 현재 종합주가지수 750P선까지 45%나 상승시켰다. 외국인은 사고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들은 매도하는 전형적인 외국인 주도의 시장이 지속되고 있어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주식보유비중은 더욱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란 환율 안정과 수익안정을 기하고자 국제분산투자 원칙에 따라 한국증권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모건 스탠리지수(MSCI), 유럽지역에서는 파이낸셜 타임즈 지수(FT)로 대표되는 지수와 환율전망에 기반을 두고 한국을 대표하는 종목들을 주로 매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외국인보다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 왜 마이너스 게임을 지속하고 우리 증권시장을 외국인에게 내주고 있는 바보게임만 지속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 당국에서는 IMF외환위기 때 바닥이 드러났던 외환보유고가 세계 4위로 확대되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렇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많이 사니까 자연 외화유입이 크게 늘어나 외환보유고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만일 한국경제가 흔들리고 원화가치가 하락한다면 외국투자자들은 계속 한국 주식을 보유하겠는가? IMF 외환위기를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는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경제 발전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한국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여길 때에는 주저 없이 증권시장을 떠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래 외국인이 떠나면 증권시장의 거품현상은 국내 금융기관과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된다. 이젠 나라 영토만을 지키는 것이 국가 안보가 아니다. 완전 개방된 금융시장에서 외국인과의 수익률 경쟁에서 이겨 급격한 국부유출을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절실한 국가안보적 과제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조선 등 많은 수출로 외화가득률을 높이는 것만으로 국부를 지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외국인들이 한국 증권시장에서 들어와서 많은 매매차익을 실현시켜 국부를 유출하고 결국 국민경제가 거품현상으로 위기에 직면한다면 수출이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한국증권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는 안정된 시장으로 키워 나가는 노력도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장이 완전 개방된 상황에서 외국인과의 수익률 게임을 기피하고 그들에게 증권시장을 내 맡긴다면 한국경제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아찔할 뿐이다.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가 주식을 위험자산으로 여겨 이를 기피한다는 것은 전쟁터에서 아예 싸움을 포기하고 항복한 상황이 아니겠는가? 외국인들은 마음놓고 전리품을 챙기고 더 이상 먹거리가 없다면 떠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기우(杞憂)일 것인가? 증권시장이 과거와 같이 폐쇄적인 시장이라면 국내 투자자끼리 제로섬게임을 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국부의 유출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시장이 완전 개방되어 있고 외국인과의 수익률게임에서 실패는 곧 매매차익이라는 부가가치를 그들에게 선물로 주고 있지 않은가? 자산 수익률게임에서 패배는 곧 국부의 유출로 연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기관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경영자가 주식을 위험자산으로 여겨 기피하고 보유주식 비중을 IMF직전 보다 10분의 1로 축소시키고 있다면 어찌 그들을 믿고 국민경제를 맡기겠는가?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최고 경영자라면 한국증권시장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 중장기 가치투자를 실현시켜 나가는 노력으로 외국인과의 수익률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불구하고 주식을 위험자산으로 여기고 이를 기피하고 있으니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중대한 일이다. 예대금리차이나 수수료 인상으로 안정된 금융기관 경영이 이뤄질 수 있나 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되었으면 모든 금융시장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금융기관의 생존전략도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수익쟁취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보다 높은 자산수익률을 확보하는 것이 생존전략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예대금리 차이를 유지하고 수수료를 인상시켜 금융기관의 일반관리비용을 모두 고객의 부담으로 안기고 위험자산에 투자를 기피하고 안정된 경영을 하겠다는 심산이다.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으로 위험에 직면하게 되면 공적자금으로 이를 해결하여 주고 위험부담이 큰 주식보다는 안정된 대출(부동산 담보대출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면서 수신금리는 가능한 한 낮추고 대출금리는 가능한 한 높여 예대마진폭을 유지하여 나가려고 있다. 그래도 부족하면 고객의 서비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수료율을 높이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구태여 위험자산에 투자하여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 최고 경영자의 판단인 것이다. - 보험회사들은 시중 금리가 조금이라고 낮아지면 보험상품의 예정이율을 낮춰 보험가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고 있다. - 카드회사들은 카드발행 남발로 신용불량자들을 대량 발생시켜 놓고 현금서비스 수수료율과 가맹점 수수료율만 높여 신용불량자들을 사채업자에게 찾아가도록 만들고 있다. 금융기관 최고경영자들은 이런 고객의 불평을 외면한 채 자신의 임기보장을 위하여 단기실적주의에 집착하는 보신주의에 매달려 있다. 그래서 자산운영을 담당하는 펀드매니저들의 운용실적을 분기별, 반기별로 평가하고 매월 체크하여 위험의 소지가 있으면 가차없이 인사조치하는 횡포를 하고 있단다. 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시장 경쟁원리가 적용되어야 할 즈음에 주식투자를 위험자산으로 여기고 보유비중을 10분의 1이나 감축시켜놓고 이제 안심이라고 자랑삼고 있으니 한국경제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보신주의에 능숙하고 단기실적에 집착하는 최고경영자들이 금융기관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실정에서 한국경제의 앞날은 암울할 뿐이다. 시장을 통하여 보다 높은 자산수익률을 제고시켜 고객에게 보답하겠다는 각오와 신념으로 최선을 다하는 금융기관 최고경영자들이 나서야 한다. 그래서 증권시장에서 중장기 가치투자를 정립하고 외국인과의 수익률 게임에서 당당하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경제가 안정적인 성장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에게 한국증권시장을 내 맡긴다는 것은 국가안위에 관한 긴박한 상황이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우리는 마련하여야 한다.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인사권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정부에서도 이런 사실을 금융기관 최고경영자의 선정에 최대한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시장을 통하여 보다 높은 자산투자 수익률을 실현시켜 나가는 당당한 모습으로 외국인과의 경쟁에서 멋지게 승리하는 그 날을 보고 싶다. 이것이 한낱 꿈이 아니길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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