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조흥은행, 신한-서버러스 2파전..누구 품에?

문병언 기자I 2002.12.06 15:19:52
[edaily 문병언기자] 조흥은행(00010) 인수전이 신한금융지주와 서버러스 컨소시엄간의 2파전으로 좁혀짐에 따라 어느 곳이 낙점될 지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가격이 정부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낮을 경우 매각이 백지화될 수도 있다. 6일 재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신한지주(55550)와 서버러스 두 곳만 조흥은행 인수제안서를 제출했다. 양측이 제안한 인수조건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지분 매입비율과 대금지급 방식, 다른 은행과의 추가합병 시기 등에서만 약간 차이가 있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변수인 가격을 얼마로 제시했는 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힘들다. 앞으로 가격을 수정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경영능력이나 은행산업 발전 기여도 등에 있어서는 신한지주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인수후 2년간 자회사로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조흥 노조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조건은 엇비슷 = 신한지주측은 예보가 가지고 있는 조흥은행 지분 전량(80.04%) 인수를 희망한 반면 서버러스는 51% 매입안을 제시했다. 대금지급 방식으로 신한의 경우 절반은 현금, 나머지는 신한금융지주의 주식으로 지급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서버러스는 전량 현금 지급을 제안했다. 또 신한지주는 조흥은행을 인수한 후 2년간 별도 자회사로 운영하고 순차적으로 신한은행과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며 강제적인 인력 구조조정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IT와 신용카드 부문 등 기능별 통합은 그 이전에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서버러스는 조흥은행을 인수하면 바로 제일은행과 우호적 합병을 추진할 방침이다.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신한지주는 통상적인 우발적 채무에 의한 사후손실보전 조항만 넣었지만 서버러스는 추가 부실에 대해 정부측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누가 낙점되든 정부가 일정 지분 보유 = 신한지주나 서버러스 중 누가 낙점되더라도 정부는 조흥은행과 관련된 지분을 모두 털어낼 수는 없다. 신한측이 조흥은행 지분 80% 가운데 절반(40%)에 대해 신한지주의 주식으로 지급하고 서버러스는 51%만 인수하는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신한지주가 인수할 경우 정부는 조흥은행 지분 40%에 해당하는 신한지주의 지분을 갖게 된다. 서버러스로 넘어가면 조흥은행 지분 29%를 조흥+제일 합병은행의 지분으로 바꿔 갖게 된다. 따라서 조흥은행 지분 전량을 현금으로 팔지 않고 일부는 주식으로 떠안는 데 따르는 위험에는 다 같이 노출된다. 향후 주가가 오를 수도 있지만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한지주가 인수하면 정부의 주식 보유물량이 서버러스에 비해 11%포인트 많게 된다. ◇자금조달 능력과 경영계획은 = 정부는 가격 외에도 인수자금 조달 능력이 확실한 지와 함께 조흥은행에 대한 향후 경영계획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자금조달의 경우 신한지주가 다소 밀리는 양상이다. 당초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워버그핀커스가 막판에 빠졌기 때문이다. BNP파리바도 신한지주에 대한 지분율(4%대) 만큼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는 사실상 단독으로 조흥은행 인수에 뛰어든 셈이다. 대부분의 인수자금을 혼자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반면 서버러스는 제일은행, 신세이은행과 함께 분담하게 된다. 서버러스는 운용하고 있는 자산규모가 67억달러에 달하는 "큰손"이다. 그러나 은행 지분을 10%이상 살 수 없는 투자펀드라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매입지분 51% 가운데 41%는 제일은행과 신세이은행이 책임져야 한다. 이에 대해 신한지주측은 인수자금 마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높은 신인도를 감안하면 증자 등을 통해 자금조달이 얼마든 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일단 조흥은행을 인수한 후 다시 지분매각을 통해 워버그핀커스를 "전주"로 끌어들일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또 신한지주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증자시 의결권이 없는 주식(우선주)을 발행하고 워버그가 이에 참여해 "실탄"을 제공하는 구도도 개연성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경영계획에 있어서는 신한지주가 우세를 자신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우산 아래 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 신용카드 투신운용 등 종합금융 네트워크를 구축, 시너지 효과가 훨씬 크다는 주장이다. 은행만 가지고 있는 서버러스(조흥+제일은행)에 비해 주가가 상승할 공산도 높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전산시스템이 같은 기종인 데다 조직도 비슷해 통합작업이 쉽고 "제일+조흥"에 비해 "신한+조흥"의 경쟁력이 훨씬 높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가격이 최대 변수 = "가격이 맞지 않으면 안 판다"는 게 정부의 한결 같은 입장이다. 조흥은행 문을 닫을 정도로 경영상황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헐값매각 시비를 무릅쓰면서까지 무리하게 매각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조흥은행에 투입한 2조7000억원의 공적자금과 이의 이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주당 6000원대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신한지주는 6000원을 밑도는 인수가격을 제시했고 서버러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의 지난 9월말 현재 장부가는 주당 3980원인데 실사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드러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더라도 6000원을 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5000원대로 뛰어오른 조흥은행 주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 6월 DR을 발행할 때는 주가가 6000원을 웃돌았으나 20~30% 할인해도 살 곳이 없어 무산됐다"며 주가가 매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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