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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 측은 이날 공판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여고생 살해 후 술집과 노래방 등을 찾아가 추가로 살인을 예비했다는 공소 사실은 첫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부인했다.
박 씨 측 변호인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기억이 나질 않아 2항(살인예비)을 범한 목적이 있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며 흉기를 들고 다닌 것만으로 살해의 목적이 있다는 것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밝혔다.
재판부는 “소위 ‘블랙아웃’ 상태로 살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변호인 측 의견이 있다”며 박 씨에게 같은 입장이냐고 묻자 박 씨는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씨 변호인에 “블랙아웃 상태와 형사상 고의가 있느냐는 다르다”며 “고의나 목적과 관련,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참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당시 박 씨에 대해 2차 살해 위험이 충분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특히 그가 여고생을 살해한 뒤 웃음을 띠고 있던 모습 등은 “만족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지난 10월 9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 출연해 “살인의 욕구가 올라간 상태에서 그것을 실행하고 그 만족감으로 자기도 모르게 미소라든가 아니면 흥분된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살인 후 각성’이라고 한다”며 “그런 상태가 유지되면 다른 살인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박 씨가 ‘술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진술에 대해 “(박 씨가) 술을 먹어서 심신미약이 아니라 범행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데운 형태로 보인다”며 “폭력 전과가 여럿 있는 것을 볼 때 연속 살인을 연습했을 가능성이 있다. 박 씨는 약해 보이는 존재를 피해자로 삼은 것 같다”고 봤다.
앞서 박 씨는 지난 9월 26일 오전 0시 42분쯤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도로변에서 길을 걷던 A 양 800m 가량 뒤쫓아 가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검찰은 박 씨가 범행을 저지른 뒤 흉기를 소지하고 술집 및 노래방 등을 찾아 홀로 영업장을 운영하던 여성들을 노려 2차 살해를 시도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씨는 당시 술집에 들러 맥주를 시키거나 노래방을 찾아 업주를 방으로 부르는 등 여성 업주를 상대로 2회에 걸쳐 살해 범행을 계획했다.
박 씨 측이 살인 예비에 대해 부인한 가운데 다음 재판에서는 살인예비 혐의와 피고 측 공소사실 부인 및 예비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검찰이 제출한 2000쪽 분량의 증거 서류를 살펴보고 범행 당시 CCTV영상 재생, 유족 진술(10분 내외), 박 씨의 최후진술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12월 10일 오후 5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