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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정점인 피라미드 의료현장 수평적으로 바꿔야"

이혜라 기자I 2024.10.09 20:38:02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별위원장 인터뷰
"3교대 근무 간호법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이데일리TV 이혜라 기자]47만 간호사들의 숙원이었던 간호법이 첫 발의 후 19년 만인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했다. 2008년 간호협회 회장을 맡은 이후 16년간 간호법 제정을 위해 삭발, 농성, 전국 순회강연 등 삶을 온전히 갈아 넣은 이가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고 근무 환경 개선과 환자 권익보호를 위한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간호사들이 겪어왔던 업무의 불명확성 문제와 법적 보호 부재를 해결할 길이 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경림 위원장은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해 현재 의료현장이 의사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형 의료체계라며 간호법 제정을 계기로 수평적 협업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의사가 최상위에 있고, 환자와 의료진이 그 아래에 있는 구조였다”며 “이제는 환자와 국민이 중심에 있고,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수평적인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법 제정의 가장 큰 의의로 간호사의 업무가 명확해진 점을 들었다. 신 위원장은 “그동안 간호사들은 의사나 치과의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로 제한돼 의사들이 시키는 대로 불법적인 업무까지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간호법이 시행되면 간호사들이 해야 할 업무와 하지 말아야 할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되며, 간호사들이 합법적인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간호법이 간호사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신 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병원에서 간호사 한 명이 맡아야 할 환자 수는 너무 많다”며 “종합병원에서는 18명, 일반 병원에서는 30명의 환자를 담당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간호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간호사 한 명이 5명에서 7명의 환자만 맡는다”며 “우리나라도 간호사 배치 기준을 정해 간호사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사들의 3교대 근무 문제는 간호법이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다. 신 위원장은 간호사들이 3교대 근무로 인해 신체 리듬이 깨지고, 피로가 극심해진다고 설명한다.

그는 “밤 근무를 하면서 채혈 등 일을 추가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간호사들이 겪는 부담은 상당하다. 간호사들이 전적으로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내년 6월 법시행을 앞두고 보건복지부는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정하는 세부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법이 시행되더라도 현장에서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간호협회와 정부, 국회가 함께 협력하며 지속적으로 법을 개선하고, 간호사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국민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간호법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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