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수환 추기경 양아들 사칭해 신자 금품 뜯어낸 50대男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서울 도봉경찰서는 자신을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양아들이라고 속여 가톨릭 신자의 환심을 산 뒤 억대 금품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이모(52)씨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10년 5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정모(67)씨에게 총 6차례에 걸쳐 1억 3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김 추기경이 선종한 이듬해인 2010년 4월 지인의 소개로 정씨를 알게 됐다. 이씨는 “김 추기경에게 받은 생전 일기장 9권 등의 유품으로 추모관을 지어 운영할 예정”이라며 정씨의 환심을 샀다. 또 “김 추기경이 소유했던 가평 소재 토지 소유권을 상속받아 개발권을 위임해 주겠다”고 속이기도 했다.

이렇게 정씨의 환심을 산 이씨는 어머니 수술비와 지인의 수술보증금 등이 필요하다며 돈을 뜯어냈다. 가톨릭 신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정씨는 이씨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돈을 건넸다.

하지만 이씨가 계속해서 빌려 간 돈을 갚지 않고 연락마저 끊자 정씨는 지난해 8월 경찰에 이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추적 끝에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고 김 추기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무직자로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며 “비슷한 수법으로 저지른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경찰서.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