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바이오업계의 지속적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약가우대 요구에 보건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이미 합성의약품에 비해 우대를 해주는데다 오리지널 가격과 동등하게 책정해주는 탓에 현행 약가제도에서 더 이상 약값을 높게 줄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바이오시밀러의 보험약가 우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바이오업계가 국내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이 낮게 책정돼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한데 따른 조치다.
최근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속속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를 내놓으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128940)이 연이어 대형 신약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자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행 약가제도에서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약가 산정 기준인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이 낮다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국내에서는 바이오시밀러는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70%까지 받을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발매되면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도 종전의 70%로 자동 인하된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가 동일한 가격으로 책정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셀트리온(068270)의 ‘램시마’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브렌시스’가 오리지널의 65%로 약가를 산정한 배경이다.
바이오시밀러의 가격 산정 기준을 높여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오리지널보다 가격이 비싸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보다 비쌀 경우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신약의 가격을 높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보험 등재된 의약품의 가격을 올려주는 경우는 퇴장방지의약품을 제외하고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사실 바이오시밀러는 합성의약품의 제네릭보다 약가 산정기준이 높은 편이다. 제네릭은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의 59.5%(1년 후 53.55%로 인하)를 받을 수 있다. 복지부 입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의 약가 우대를 해주고 싶어도 묘책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복지부는 국내에서의 낮은 가격이 해외 진출에 지장을 준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내업체의 바이오시밀러가 진출하는 미국, 유럽에서는 바이오시밀러 약가 산정시 신약과 달리 해당 국의 오리지널 약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국내가격이 해당국 약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전문가, 업계 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약가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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