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수헌기자] 거시정책 당국인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동상이몽에 빠져있다.
경기전망에는 입장을 같이하면서도(同床), 향후 금리 물가 부동산 등에서는 견해차(異夢)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가 환율 미국금리 세계경제전망 변화 등으로 경기변동성이 커져 가는 시점에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일한 시각" 비판 불구, 재경부·한은 경기전망 꿋꿋.. "상승세 지속"
13일 재경부와 한은에 따르면, 두 기관은 안일한 판단이라는 외부비판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경부는 지난 8일 `6월 그린북`을 통해 "수출과 내수균형속에서 추세적인 상승기조를 지속하고 있다"며 "5% 성장과 일자리 35만개~40만개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금융통화위원회 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수출호조, 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의 꾸준한 회복세 등으로 경기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유가와 환율여건이 지금보다 더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상승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지일관 경기회복세 지속을 고집하는 재경부에 대해 민간경제연구소 등에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한은도 거의 같은 관점에서 재경부를 뒷받침해주는 모양새다.
박병원 재경부 차관은 "한은 총재와 금통위원들은 경기 회복세에 대한 확신이 더 강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리 물가 부동산 등에 대한 판단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드러났다.
◇한은 "금리 선제조치" 강조에 재경부 "너무 앞서갈 때 아니다" 경계
한은은 물가에 주목하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활짝 여는 양상이다. 그러나 재경부는 한은이 지나친 속도로 선제적 조치에 나설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재경부는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정하고 서민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마당에 가시화 현재화되지 않은 물가상승 때문에 투자나 소비, 금융부채를 안고 집을 산 서민 살림살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리상승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금통위의 전격적인 금리인상 뒤 이성태 총재가 "7월 이후 통화정책은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언급한 게 하반기 금리추가 인상 가능성의 발단이 됐다.
지난 12일 한은 창립 56주년 기념식은 이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이 총재는 이날 기념사에서 저물가 현상에 안주할 경우 유동성 과잉공급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현재 정책금리는 여전히 경기상승세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금리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특히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세계적 저물가 현상을 놓고 `종래 시각`으로 물가안정문제에 접근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경기에도 유의하겠다는 말을 하기는 했다.
`종래 시각`이라는 것이 근원인플레이션 기준으로 물가를 관리해 온 정책이냐, 중국 등의 값 싼 물건이 우리 물가안정에 기여해 온 측면이냐, 아니면 유가가 오랫동안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물가상승을 억제해 온 측면을 말하는 것이냐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들은 종합적으로 언급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경부,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선제조치`도
재경부는 그러나 오히려 지난번 금리인상으로 향후 유연한 통화정책이 가능해졌다며, 향후 금리정책에 대한 `역공` 또는 `선제조치`를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일부 기자들에게 "추후 자극적이고 순응적인 통화정책 여지가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경기상황에 따라 부양적 금리, 즉 금리인하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병원 차관은 "금리를 올려야 할 때 못 올리면 그것도 문제다"라며 "올려야 할 때 올려야 내려야 할 때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 한 관계자는 "한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지금이야말로 금리인상에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금리수준이 중립 경계선상에 있는 것은 맞다"며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측면의 물가압력과 고유가에 따른 공급측면의 물가 등을 두루 봐야 하겠지만, 환율이나 개방 경제시스템이 완충역할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의 충격을 환율이 보완해주거나 값싼 중국 생산품, 동남아 및 주요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체결에 따른 수입품 가격하락 등도 물가판단에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너무 빠른 금리정책은 경기를 급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 일부 관계자들은 최근 IMF 연례협의단이 최근 "성급한 신용위축(금리상승)으로 성장을 위협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나 또다른 관계자들은 "IMF의 언급은 원론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상당한 고금리 상황을 경계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환율 FTA 등 물가완충장치 있다" 지적에 "불안한 장치 언제까지?" 반박
물가완충역할에 대해 한은 내부를 포함, 일각에서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환율이 오르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중국의 생산코스트 상승 등으로 지금까지 물가안정에 기여해 온 요소들이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내에서는 환율 상승전환시 고유가가 경제에 줄 충격에 대비해 유류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가에 대한 관점차이는 물가기준지표에서도 드러난다. 한은은 물가정책의 기준지표를 이제는 `근원인플레이션`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로 바꿔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들어 근원인플레이션은 1.6%~2%선에서 움직이고 있어 물가목표치(2.5%~3.5%)에는 훨씬 못미치지만 CPI는 2.0%~2.8% 사이를 오가고 있다.
재경부는 기준지표를 바꾸기보다는 중장기(2007년~2009년) 목표치를 하향조정하는 선에서 물가안정목표제 보완을 매듭짓기를 바라는 눈치다.
◇한은, 부동산값 금리정책요소 굳혀..재경부 `못마땅`
재경부는 부동산가격을 금리결정의 중요요소로 부각시키고 있는 한은에 대해서도 다소 못마땅한 표정이다.
재경부는 오랫동안 부동산을 잡기위한 금리인상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부동산을 잡으려다 경기회복의 불씨를 사그라뜨리는 등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성태 총재는 그러나 "물가의 상승압력이 앞으로 점차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부동산 가격 움직임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금리정책의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로 확실하게 다진 것이다.
상당수 학자들은 그동안 부동산 버블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터였다. 이들은 "저금리 하에서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정부 방침은 댐문을 열어놓고 물난리를 막는다며 둑을 쌓는 꼴"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물가보다는 부동산쪽을 더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도 제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재 박사는 "미국도 금리인상 가능성의 배경으로 인플레를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이면에는 부동산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물가압력이 현재 약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한은도 비슷한 입장이 아닐까 본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그러나 "금통위가 수도권 일부 지역 부동산값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이 총재 발언에 대해 "전국적인 집값은 안정적인데 수도권 일부 집값때문에 금리에 손을 대는 것은 무리"라며 반박하고 있다.
또 집값 대비 대출비율(LTV) 강화나 소득상환능력을 고려한 대출(DTI) 시행 등으로 부동산시장 유입 유동성을 나름대로 제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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