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얼마전 마사 스튜어트의 주식 내부자 거래 스캔들을 다룬 TV 드라마가 방영됐다. 한국에는 `블루문 특급`으로 소개된 TV 탐정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육감적인 여배우 쉬빌 쉐퍼드가 마사 역할을 했다.
아닌게 아니라 `살림의 여왕(the home-decorating mogul)` 마사 스튜어트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다. 성공을 향한 열정과 아메리칸 드림, 그리고 절정의 순간 무너져내린 신화에 이르기까지 극적인 구성이 완벽하다.
`살림살이`를 비즈니스화 한 마사는 미국 가정주부들의 우상이었다. 그런 마사가 주식 내부자 거래 혐의로 기소됐고, 내년 1월 그녀는 법정에 서야만한다. 최근 마사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감옥에 가게 될 지 모른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마사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마사가 `Piggyback Trading`을 했나요?
제임스 코니 검사는 지난 6월4일 마사 스튜어트 기소와 관련, 기자 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기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Martha did piggyback trading?"
마사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장에도 ‘piggyback’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SEC는 마사와 그녀의 주식 브로커였던 메릴린치증권의 피터 바카노빅 등을 함께 기소했다. 바카노빅의 기소 이유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You should not "piggyback;" that is, enter transactions after a client"s trades to take advantage of perceived expertise or knowledge on the part of the client. If the client"s successful trading pattern arose from an improper element such as inside information, you (and the Firm) could be subject to a regulatory or criminal investigation or proceeding.”
바카노빅이 메릴린치가 내부적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piggyback 금지 규정을 어겼다는 것. 여기서 piggyback은 “다른 고객의 거래 내용을 제3의 고객에게 알려서 같은 방향으로 매매를 유발하는 행위”를 말한다.
검찰과 SEC는 마사가 내부 정보를 이용, `piggyback`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드라마 같은 사건
2001년 12월 27일 마사는 생명공학 회사인 임클론 주식 4000여주를 팔아 치운다. 마침 그녀의 전담 브로커 바카노빅은 휴가 중이었고, 그의 조수를 통해 마사의 임클론 주식은 매도 처리된다.(지금 이 조수는 검찰측 증인으로 마사와 바카노빅의 유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언을 할 예정이다.)
다음 날 임클론은 자사의 암치료제인 어비톡스가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는데 실패했다고 발표한다. 임클론 주가는 곤두박질했다. 마사는 사전에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할 수 있었다.
검찰은 바카노빅이 마사에게 어떤 언질을 줬을 것으로 믿고 있다. 공교롭게도 바카노빅은 당시 임클론의 CEO인 샘 왁살의 브로커이기도 했다. 샘 왁살은 어비톡스가 FDA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미리 자신과 가족들의 주식을 팔았다. 왁살의 매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내부자 거래(inside trading)로 그는 이미 유죄를 인정했다. 왁살은 마사의 친구이기도하다.
검찰은 바카노빅이 왁살의 주식 거래 내용을 알고 있었고, 이것을 마사에게 귀띔했다고 보고 있다. 마사는 왁살이 주식을 대량으로 팔고 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임클론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고, 주식을 팔았다는 것. 마사는 임클론 CEO인 왁살의 내부자 거래를 piggyback 했다는 것이 검찰과 SEC의 주장이다.
재미있는 것은 검찰의 기소장에는 내부자 거래 항목이 없다는 것. 검찰은 마사와 바카노빅을 증권사기와 `conspiracy to obstruct justice, make false statement, and commit perjury`로 기소했다. 한마디로 위증죄로 기소한 것. 마사와 바카노빅이 FBI, SEC, 검찰 등에서 진술한 것이 모두 거짓이라는 내용으로 형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검찰은 내부자 거래 행위에 대한 기소도 검토했지만, 최종 단계에서 제외했다. 마사를 내부자 거래로 잡아넣기에는 `확실한 물증`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마사와 바카노빅에 대한 내부자 거래 행위는 형사소송(criminal case) 이후에 SEC에서 민사소송(civil case)으로 단죄될 예정이다. 미국 법정에서는 민사소송이 형사소송보다 정황 증거(circumstantial evidence)의 증거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한다.
이는 오제이 심슨 사건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백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흑인 미식축구 영웅 심슨은 형사소송에서는 승소했지만, 피살된 부인의 가족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는 유죄 선고를 받았고,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야했다.
마사도 심슨처럼 검찰이 제기한 기소 내용에 대해 전면적인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Piggyback을 한 것도 아니고,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 임클론 주식을 판 것은 사전에 정한 스탑로스(stop loss)에 맞춰 주가가 60달러선 밑으로 떨어지자 자동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바카노빅은 그 증거로 주식매매 서류의 임클론 항목 옆에 `@60`이라고 표시해뒀다고 주장하고 있다. “60달러일때 스탑로스”라는 의미로 그렇게 썼다는 것.
검찰은 그러나 바카노빅이 제출한 서류의 `@60`라는 글씨는 조작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60`을 쓸 때 사용한 파란색 볼펜과 서류의 다른 글씨를 쓴 볼펜이 다르다는 과학수사 감식 결과를 들이대고 있다. 내부자 거래 혐의를 받게 되자 사후에 가필했다는 것. 마사의 유무죄 여부는 `@60`이라는 글씨의 진위 여부에 달려있는지도 모르겠다.
◇Piggyback은 모두 불법인가
답은 `Absolutly Not`. Piggyback은 불법적인 거래와 관련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투자행위는 Piggyback Trading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메릴린치증권 창구로 삼성전자 주식이 대량으로 매수되고 있다”는 식의 기사를 읽는다. 이 기사는 “메릴린치증권과 거래하는 어떤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사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그렇다면 그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의 어떤 측면을 굉장히 좋게 봤다는 뜻이므로 같이 따라서 사는 것(Piggyback Trading)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마사의 piggyback이 문제가 된 것은 브로커가 전해준 내부자 거래 정보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미 사법당국은 주식 내부자 거래에 대해 엄격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사장의 통화 내용을 듣고, 회사 주식을 산 운전사의 경우도 내부자 거래 행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모두 주식투자자들은 할 수만 있다면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회사 내부자나 고위 공무원, 대형 펀드의 펀드매니저들이 어떤 주식을 사고, 어떤 주식을 파는 지 알고 싶어할 것이다. 그들이 하는 대로 따라서 주식을 매매하면 되니까. 이것이 piggyback이다.
Piggyback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 전략이다. 그것이 내부자 정보인 경우에는 불법의 소지가 있지만, 공개된 정보로도 얼마든지 piggyback을 할 수 있다.
예를들면 주기적으로 공시되는 inside trading 정보가 있다. 회사의 주요 주주나 경영진이 주식을 사고 팔았다면 이는 공시 대상이다. 만약 내부자가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고 있다면 뭔가 회사에 좋은 일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시장 영향력이 큰 대형 투자기관과 펀드매니저의 매매 동향도 piggyback 대상이다. 워렌 버핏이나 소로스 같은 거물이 “주식을 사고 있다”면 개미 투자자들은 큰 의심없이 주식을 따라서 사면 될 것이다. 얼마전 버핏은 SEC에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주요 종목과 보유 주식수를 공개했다. 그 주식을 따라 샀다면 그것은 합법적인 piggyback이다.
◇Piggyback의 다른 용례
Piggyback의 사전적 의미는 “따라서 ~하기”, “덩달아서 ~하기”, “곁다리로 끼어서 ~하기”로 풀이할 수 있다. 이 같은 용례의 금융용어가 몇 가지 더 있다.
SEC 규정 중에 Piggy-Back Registration Rights 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들어 어떤 벤처캐피탈이 특정 벤처기업에 투자를 했다고 하자. 이 기업이 상장을 하게 됐는데 기존 주주들은 상장 후 일정기간 주식을 매각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lock up) 통상 벤처캐피탈들도 lock up 기간이 끝나면 주식을 팔아 투자자금을 회수한다. 그런데 미리 투자자금을 회수해야할 사정이 생겼다.
이 경우에 Piggy-Back Registration을 하면 이 기업이 상장을 위해 주식을 공모하거나, 구주를 매출할 때 등록된 벤처캐피탈의 지분도 덩달아(piggyback) 매각할 수 있다.
Piggy-Back Warrants라는 것도 있다. 일반적인 워런트는 권리를 행사하고, 주식을 받으면 모든 효력이 없어진다. 그러나 Piggy-Back Warrants는 1차로 권리를 행사했을 때 주식을 받고, 보너스로 또 다른 워런트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워런트에 곁가지로 달린 워런트인 셈이다.
Piggyback loan이라는 것도 있다. 미국에서는 주택을 구입할 때 대부분 모기지 론을 이용한다. 통상 주택 가격의 10%만 현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는 모기지 론으로 처리한다. 이때 주택 구입자가 모기지를 제대로 상환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고려해서 모기지 인슈어런스(Mortgage Insurance)라는 것을 든다. 일종의 지급 보증 보험이다. 그런데 이 보험료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등장한 것인 Piggyback loan이다. 미국에서는 Piggyback loan을 80-10-10, 75-15-10이라고도 부른다. 즉, 주택 구입자금의 10%(15%)는 현금, 80%(75%)는 모기지, 나머지 10%는 Piggyback loan으로 처리한다는 뜻이다. 80% 또는 75%의 주 모기지 론에 딸림으로 10%의 딸림 모기지 론을 얻는 것이다. 이것을 Piggyback loan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