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기온 영하 30~40도의 추운 날씨와 많은 눈이 내리는 중국 극동 지역 헤이허(黑河·흑하)는 자동차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이자 한국 첨단 기술의 첨병 역할을 하는 곳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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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헤이룽장성 헤이허 HL만도의 윈터 테스트 센터는 축구장 80여개 크기인 57만 7000㎡ 규모로 구성됐다. HL만도가 2003년 업계 최초로 이곳에 센터를 만들었는데 증축을 거쳐 현재 다양한 형태의 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겨울철마다 고객사가 겨울철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시중에 판매하는 차를 구매해 최신 부품을 장착한 후 검증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HL만도에 따르면 올해 겨울철에만 한국과 중국 고객사 47대 차량이 이곳에서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번 시험에서 주목받은 최신 부품은 기계식 유압이 아니라 전자 신호를 보내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전자기계식 제동시스템(EMB)이다. 사용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제동할 때까지 이르는 시간을 크게 줄여 보다 신속한 제동이 가능하다. 만약 한두 개 바퀴 브레이크가 고장 나도 시스템이 다른 바퀴에 가중치를 줘 안정적으로 멈출 수 있다.
운전대와 바퀴 사이 기둥을 없애고 전자 신호로 연결하는 전자식 조향 시스템(SbW), 제동·제어 장치를 합해 효율성을 높인 통합 전자브레이크 2세대(IDB2)도 성능을 시험할 주요 기술이다. 주목할 점은 전기차 개발이 증가하면서 자동차의 부품도 전자 신호를 주고받는 전자장비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IDB2 같은 최신 제품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리던던시(Redundancy·여분) 기능을 갖췄는데 이는 운전자가 비상시에만 개입하는 자율주행 3단계(레벨3)에도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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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만도의 센터에서 나와 차로 10여분간 이동하면 헤이허의 중국 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홍허구(紅河谷·홍하곡) 시험장이 나온다. 헤이허에서 최대 규모의 트랙을 보유한 홍허구 시험장엔 겨울철 글로벌·중국의 완성 자동차 업체, 부품 업체가 이곳을 찾아 성능 테스트를 한다. 홍허구 시험장이 2006년부터 운영을 시작했으니 HL만도 센터가 이보다 3년 정도 빠른 셈이다.
홍허구는 여름에도 겨울철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1만 9000㎡ 규모의 실내 시험장을 지난해 개장했다. 이곳엔 650m 길이의 빙판·아스팔트 도로와 원형 트랙, 오르막·내리막 경사 등 다양한 환경을 갖췄다.
현재 이곳에선 겨울에 많이 내린 눈을 마치 모래처럼 포대에 담아 보관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여름철 헤이허 온도가 24~25도까지 올라가도 실내 시험장은 영하 40도 수준의 환경을 유지하는데 이때 쓸 눈을 미리 비축하는 것이다. 그만큼 헤이허에서 자동차 성능 테스트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신경을 쓰고 있다.
헤이허는 2000년대 이전만 해도 겨울철에는 극한 추위로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시골 도시였다. 하지만 자동차 기업이 이곳에 시험장을 차리면서 겨울 경제가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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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기차 배터리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요구가 커지면서 배터리 성능을 시험하는 장소로도 활용한다. 실제 시험장에선 영하 30~40도에서 배터리가 얼마나 지속하는지 확인하는 시험도 진행한다. 헤이허 시험장은 다양한 고객사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HL만도 관계자는 “예전에는 일주일 정도 와서 제품 테스트만 하고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길게 3주일가량 머물며 만족할 만한 기술력이 나오는지 꼼꼼히 살핀다”며 “고객사와의 새로운 계약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